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르게이 쇼이구를 해임하고 경제관료 출신 안드레이 벨로우소프를 후임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러시아 지도자가 우크라이나와의 장기간의 갈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시경제에 중요성을 둔다는 시그널이라고 AFP통신이 13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쇼이구는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맡아 군산복합체 관련 책임을 담당하고 푸틴 대통령의 자문역을 맡을 예정이다. 쇼이구 장관은 2012년부터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벨로우소프 신임 국방장관은 민간인 출신이자 경제 전문가로 알려졌다.
국방장관직에서 퇴임하는 쇼이구의 국가안보회의 서기 내정이 강등인지는 불분명하고, 음울하지만 막강한 인물이자 열렬한 매파인 쇼이구의 전임자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전 서기의 앞날도 불투명하다고 통신은 짚었다.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은 2020년부터 경제 담당 부총리직을 맡고 있다. 그의 전임자인 쇼이구 전 국방장관처럼 벨로우소프도 군 관련 경력이 없고 러시아 보안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도 없다.
러시아가 전체 정부 지출의 약 30%를 차지하도록 국방 예산을 늘릴 계획인 상황에서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의 우선 순위는 조달을 미세 조정하고 국내 방위 산업을 활성화해 전장에서 성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벤 노블 러시아 정치학과 교수는 AFP에 “푸틴 대통령은 전시 경제와 효율적인 군비 지출로 훨씬 더 전환해야 하며, 안드레이 벨로우소프는 푸틴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 관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정치 컨설팅 회사 알폴리틱(R.Politik)의 설립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의 목표는 무기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군사적 요구를 최적으로 충족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벨로우소프는 논리적인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임명은 러시아가 무기 공급과 생산의 균형에 따라 누가 승리할지 결정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수년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크렘린궁이 시사한다고 말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노블 교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방과의 오랜 대결을 위해 몸을 숙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 매체인 더벨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벨로우소프는 러시아가 ‘적의 고리’에 둘러싸여 있다고 믿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 경제팀 중 강력한 제재가 뒤따랐던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공개석상에서 거의 발언하지 않는 인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전 서기는 항상 러시아 엘리트 내에서 ‘적의 고리’ 교리의 중요한 역할자이자 가장 큰 지지자 중 한 명으로 여겨져 왔다.
파트루셰프는 다른 직무로 이동할 전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구체적인 보직 언급을 피했고, 며칠 안에 발표하겠다고만 했지만, 파트루셰프의 아들인 드미트리 파트루셰프 농업장관은 천연자원 및 농업을 담당하는 부총리로 승진했다.
AFP는 군사 경험이 없는 경제학자 출신의 벨로우소프가 국방장관에 오르면서 러시아 국방부는 전장 의사결정에서 더욱 멀어지고 군 참모부의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