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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며 비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젤렌스키의 대통령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발하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적당히 성공한 코미디언”으로 부르며 “미국이 3500억 달러를 쓰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감독하는 미국 특별감사관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미국의 지원 규모는 1830억 달러가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은 이길 수도, 시작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동시에 미국과 트럼프 없인 절대 안정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를 거부하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그러면서 “선거 없는 독재자 젤렌스키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국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으니 수용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시작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52%였다.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몇 달간 90%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떨어지긴 했지만 40~5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 주장과 같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 임기가 끝나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임기는 지난해 5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전쟁으로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임기가 연장됐다.
그간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놀아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내 것이든 다른 지도자의 것이든 여론조사 지지도를 한 번도 입에 올린 적이 없는데, 최신 여론조사에서 우크라 국민 58%가 날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에서 나온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발) 가짜 정보 거품 속에 살고 있다”고 비난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데일리메일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의에 도움이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헐뜯어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이 행정부를 다루는 끔찍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은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