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유로뉴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 “벨라루스에 오레시니크 배치 장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레슈니크 시스템의 첫번째 시리즈가 생산돼 실전배치됐다”며 “아마도 연말 전에 완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북쪽 접경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라트비아·리투아니아·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극초음속 IRBM을 배치하겠다고 공개 발표한 것이다.
사거리 3000~5500㎞로 추정되는 극초음속 IRBM 오레시니크는 방공망 위로 비행했다가 36개의 소형 자탄으로 쪼개져 낙하하는 방식의 신형 무기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로도 자탄 요격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핵탄두를 탑재하면 전술핵무기가 된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오레시니크 미사일이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를 15분 내에,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를 17분 내에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익스프레스가 익명의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오레시니크 미사일이 곧바로 대규모 양산되는 것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벨라루스 국내 연내 배치 수량은 발사대 2~3대의 1차 인도로 보이며, 러시아 군수산업 역량은 연내 발사대 2~3대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매체는 추정했다.
러시아는 서쪽의 나토를 겨냥해 오레시니크뿐 아니라 일반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를 가속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는 푸틴 대통령의 오레시니크 발언 3일 뒤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더 이상 중거리 및 단거리 지상 발사 미사일 배치에 대한 제한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냉전 말기인 1987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 중·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고 생산·실험·배치를 상호 금지하는 내용의 INF에 구속되지 않겠다는 공식 선언이다.
바실리 카신 고등경제대학 종합유럽국제연구센터장은 타스통신에 “무기 대부분은 북서쪽에, 나머지는 유럽 대륙 남부에 배치돼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나토 방면 화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기인 2019년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다며 탈퇴하면서 INF는 소멸한 상태지만, 러시아는 그 뒤로도 INF를 자체적으로 준수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은 러시아 역시 2017년 이스칸데르-K 순항미사일을 배치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에 오레시니크를 실제로 발사하면서 INF를 깨뜨렸다고 반박한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2019년 INF 종료 이후 러시아연방은 미국산 유사 미사일 무기가 지역에 배치될 때까지 INF상 제한을 자발적으로 채택하도록 규정하고 나토 국가들에게 INF상 금지되는 무기체계 배치의 상호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을 촉구했으나,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러시아 성명에는 모스크바가 INF를 위반하는 사거리의 오레시니크를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의 도시에 사용한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