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감금·살인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대응에 나선 가운데, 14일(현지 시간) 미국과 영국도 캄보디아 소재 국제범죄조직에 칼을 빼들었다.
미국 재부무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은 이날 영국 외교·연방·개발부(FCDO)와 협력해 온라인 사기와 돈세탁을 통해 미국 국민들과 동맹국 국민을 표적으로 삼은 범죄조직에 대한 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캄보디아 국적의 천즈가 이끄는 초국적 범죄조직 프린스그룹 내 146개 대상에 대패 포괄적 제재를 부과했다. 계열사 117곳과 관련된 공무원 1명을 제재 목록에 올렸다. 대부분 계열사들은 실질적 사업 활동을 하지 않는 해외 유령회사로 조사됐다.
최고경영자(CEO) 천즈를 비롯한 주요 임직원들 역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38세의 천즈는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이주한 뒤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재무부는 캄보디아 기반 금융서비스 기업인 휴이온 그룹을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하는 규정을 최종 확정했다. 휴이온 그룹은 수년간 사이버 범죄자들을 위해 가상화폐 사기와 해킹 수익금을 세탁했다고 미국은 보고있다.
베선트 장관은 “초국가적 사기의 급속한 증가로 미국 국민들은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평생 모은 저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며 “재무부는 해외 사기범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무부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에서의 경제활동이나 미국이 관련된 모든 경제활동이 사실상 막힌다. 제재 대상과 거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마찬가지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영국 정부 역시 프린스홀딩그룹과 천즈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내 온라인 투자사기 피해액은 166억달러(약 23조7247억원)를 넘어섰고, 지난해 동남아시아 기반 조직에 당한 피해액이 100억달러가 넘는다.
미국은 특히 프린스그룹이 연루된 사기 사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엔터네인먼트, 금융, 부동산 업체 등을 운용하지만, 다양한 범죄 활동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재무부는 “프린스 홀딩그룹의 홍보 및 마케팅 자료는 인신 매매와 현대판 노예제도에 의존해 운영되는 사기 단지의 건설, 운영, 관리 등 초국가적 범죄 목록은 은폐하고 있다”며 “산업적 규모의 사이버 사기 작전은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피해자들을 표적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성년자 협박을 통한 성착취를 포함해 자금세탁, 다양한 사기 및 협박, 부패, 불법 온라인 도박, 최소 10개의 사기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산업적 규모의 인신매매, 고문, 노예 노동자 강탈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게 재무부의 설명이다.
이들의 사기 단지 내에서는 소위 ‘돼지 도살’이라는 온라인 사기 행각이 이뤄지며, 노동자들 상당수는 고소득 일자리라는 유혹에 속아 넘어가 붙잡힌 이들이다. 수개월에 걸쳐 피해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뒤, 투자 명목으로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뜯어낸 뒤 잠적하는 수법이다.
재무부는 “이들 범죄의 잔혹성은 두가지 측면에서 드러난다. 사기범들은 종종 강제노동을 위한 인신매매의 피해자기도 하다. 그들은 신체 학대, 고립, 이동제한, 자의적인 벌금과 수수료, 성착취 위협, 개인 서류와 전자기기 압수 등 감시자들의 야만적인 통제를 반는다”고 전했다.
프린스그룹이 남태평양 도서국가 팔라우에서 섬을 입대하고 리조트를 설립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며, “중국에서 온 초국가적 범죄조직의 약탈적 투자로부터 보호하려는 팔라우측의 지속적인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캄보다이에서 납치된 20대 대학생이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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