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1년 동안 이어온 미국의 한 아버지가 암을 원망하는 딸에게 한 ‘두 마디’가 감동을 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허프포스트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사는 여성 에린 홀은 2014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렸다는 것. 그녀에 따르면 아버지는 이전부터 대장암 징후를 보였다. 그녀는 “그해 1월, 가족끼리 떠난 즐거운 멕시코 여행에서 아버지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숙소에서 혼자 쉬시곤 하셨다”고 담담히 말했다.
다음 해 홀의 아버지는 희망을 가진 채 치료를 시작했다. 친화력이 좋았던 그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도 직원들과 농담을 나눴고 가족과 산책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암은 아버지의 머리카락과 살 그리고 더욱 중요한 극복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빼앗았다.
홀은 아버지가 항암 치료를 받던 시기가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기고문에서 그녀는 “아버지를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화장실 칸막이에 숨어 조용히 흐느꼈다”며 “그래도 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곤 미소를 지을 때마다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병상 옆에 앉아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들을 때가 기억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지나자 아버지는 더욱 야위어 갔고, 홀은 놓지 않았던 희망의 끈이 손에서 멀어지는 것을 느껴졌다. 어느 날 홀의 아버지는 “애야, 이제 그만하자”고 말했다. 홀은 아버지의 말에 좌절했고 오히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홀은 아버지에게 “왜 아빠만 암에 걸려야 해?”라고 따지며 되물었고 되돌아온 아버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왜 안돼?”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홀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홀은 “아버지의 그 말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며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시련을 회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련의 ‘이유’를 찾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아빠는 이유를 찾지 않고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결국 홀의 아버지는 대장암 진단을 받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5년 5월 세상을 떠났다. 홀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7년 동안 대장암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펼쳤다.
기고문에서 홀은 “아빠가 남긴 그 말은 저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줬다”며 “저의 새로운 도전을 아빠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분명 기뻐할 것이다. 아버지의 말은 나에게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힘을 줬다”고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미국 암 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세 번째 암 사망 원인은 대장암이다. 협회는 올해 미국에서만 1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장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대장암은 일반적으로 노인에게 취약한 질병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식습관의 변화로 만 55세 미만 사람들에게도 퍼지고 있다.
미국 암 학회는 “대장암을 조기 발견할 시 5년 생존율이 90%에 육박한다”며 “보다 일찍 대장암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