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출신 세계적 배우 겸 칸토팝(홍콩 대중음악) 가수 장궈룽(張國榮·장국영·레슬리 청·1956∼2003)이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20주년이 됐다.
1일 20주기를 맞은 장궈룽의 추모 열기가 홍콩에서 뜨겁게 퍼지고 있다.
2003년 만우절에 장궈룽이 세상을 떠났던 홍콩 센트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앞엔 지난달 말부터 몰려든 추모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생전 고인이 좋아한 백합이 구름을 이뤘다.
홍콩 샤틴에 위치한 문화 유산 박물관에선 장국영 관련 전시가 한창이다. 그가 부른 음반 바이닐, 옷 등이 내걸렸다. 특히 장궈룽 역대 콘서트 중 최고 무대로 통하는 1997년 ‘과월97연창회(跨越97演唱會)’ 때 신었던 빨강 하이힐도 선보여 주목 받고 있다. 이 하이힐이 대중 앞에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궈룽은 양복재단을 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영국 북부 리즈 대학에서 섬유직물관리학을 공부했다. 1977년 홍콩 ATV 주최 ‘아시아가요제’에서 2위로 입상하며 가수로 연예계에 먼저 데뷔했다.
영원히 기억될 영화들을 남기고 떠나간 장국영
벌써 추모 20주기.강호의 의리는 땅에 떨어졌지만 영웅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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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영화 ‘홍루춘상춘’을 통해 배우 겸업을 시작했다. 홍콩 누아르 걸작 영화 ‘영웅본색'(1987)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같은 해 왕쭈셴(王祖賢·왕조현)과 함께 주연한 영화 ‘천녀유혼'(1987)이 개봉하면서 신드롬이 됐다.
이후 푸른빛 허무함을 의인화한 캐릭터로 장국영 본 모습에 가장 가깝다는 평을 듣는 ‘아비정전'(1990)의 ‘아비’, 경극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심한 정체성의 혼돈을 느끼는 ‘패왕별희'(1993)의 ‘데이’, 주류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외로운 동성애자인 ‘해피투게더'(1997)의 ‘보영’ 등으로 불멸의 아이콘이 됐다.
특히 ‘아비정전’, ‘동사서독'(1994), ‘해피투게더’ 등을 통해 왕자웨이(왕가위·王家卫) 페르소나로 통했다.
무엇보다 전통적 남성성에 대해 균열을 낸 배우로서 최근 젠더를 가로지르는 문화에 대한 큰 관심을 갖는 Z세대 사이에서 조명되며 젊은 팬들을 여전히 양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