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 등 국내 모든 기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암울한 경제 전망으로 계층간 양극화도 심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에델만 코리아의 연례 온라인 조사인 ‘2023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2023 Edelman Trust Barometer)’의 대한민국 결과다.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는 세계 여론주도층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정부, 기업, NGO, 미디어 등 주요 사회 주체에 대한 신뢰도를 파악하고 개인·그룹 간 신뢰 형성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변화를 분석한 자료다.
‘2023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는 에델만의 자회사이자 조사연구 전문기관 에델만 인텔리전스를 통해 지난해 11월1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는 전 세계 28개국 3만2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여론 주도층을 포함한 총 1150명이 참여했다. 여론주도층은 25세 이상 64세 이하의 대졸 이상의 학력 보유자로 가계소득이 상위 25%인 사람 중 정기적으로 뉴스 미디어를 구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12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내 기관별 신뢰율은 비영리단체 46%(-2%p), 기업 38%(-5%p), 정부34%(-8%p), 미디어 27%(-6%p) 등으로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모든 기관이 불신의 영역(신뢰도 49% 이하)에 진입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 제공으로 불신을 초래하는 기관에 대한 질문에는 정부(55%)와 미디어(55%)가 가장 높았다.
불신은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불신’ 외에도 ‘공통의 정체성 부재’, ‘체계화된 불공정’, ‘경제적 비관주의’, ‘사회적 두려움’, ‘미디어 불신’ 등이 양극화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만약 타인이 나와 다른 이념을 가졌다면 ‘함께 일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84%, ‘같은 동네에 살지 않겠다’는 답변은 82%, ‘돕지 않겠다’는 답변은 77%였다. 또 ‘오늘날의 예의와 상호존중 결여가 역대 최악 수준이다'(53%), ‘과거 우리 사회를 결집시켰던 구조가 약해져서 사회통합과 공동 목적을 위한 기반이 없다'(57%)는 응답을 통해 대한민국의 사회 분열이 심화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 ‘유능’한 동시에 ‘윤리적’이라고 인식되는 기관은 기업이 유일했다. 2020년과 비교해 기업의 올해 윤리 점수는 21점 상승했다. 응답자의 64%는 ‘가치와 신념에 따른 소비를 지향하고 그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기후 변화'(64%), ‘경제 불평등'(60%), ‘에너지 고갈'(57%) 등의 사회적 문제에 기업의 개입을 요구하는 여론이 그렇지 않은 여론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인 입장을 취해주길 강하게 기대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로는 ▲노동자에 대한 대우(89%) ▲기후 변화(85%) ▲빈부 격차(74%)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과 대우(69%) 등이 있었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응답자 34%는 ‘정부와 기업이 모두 참여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단독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8%)는 응답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응답자의 35%는 이 과정에서 ‘정치화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기업이 정치적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뢰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40%)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