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에서 나무를 베던 중 도끼를 연못에 빠뜨리자 산신령이 나타나 금도끼 은도끼 중 어느 것인지를 묻는 말에 자기 것이 아니라는 나무꾼의 정직함에 금, 은도끼 모두를 주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를 들은 욕심쟁이가 그곳에 가 똑같은 행동을 하고 금도끼가 자기 것이라고 하자 모두 잃게 되었다는 이야기. 우리가 어려서 들은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 동화다. 허나 기실 이는 우리의 전래동화가 아니고 이솝우화의 하나로 원래 제목은 ‘나무꾼과 헤르메스’였다.
헤르메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로 제우스의 전령, 즉 심부름꾼 신이었다. 지혜와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젊은 미청년으로 인기가 많은 신이기도 하다. 로마 신화에서는 그를 메르쿠리우스, 즉 머큐리라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한때 영국에서는 언론인을 ‘머큐리스트’라고 불렀다. 헌데 그들은 이름에 걸맞게 뛰어난 정보력과 지혜를 가진 자들이 아닌 이름 그대로 권력자들의 심부름꾼일 뿐이었다. 언론이 단지 심부름꾼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권력기관이어서 제 4부라고도 불리는 이유를 망각해서였는지도 모른다.
헌데 이는 당시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어쩐 일인지 오늘에 와서 언론의 자유는 갈수록 신장되고 있지만 그 신뢰도는 바닥으로 나락하고 있다. 언론이 오보와 왜곡 보도 등 그 본연의 자세와는 달리 스스로 절제와 품격을 잃고 있어서다.
갤럽조사의 의하면 현재 미국인들에게 언론의 신뢰도는 극히 낮다.
노암 촘스키가 지적한 대로 언론들의 편파성과 보수, 진보 모두 선전수단으로서 역할하고 여론을 조작한다는 속성 때문일 게다.
게다가 오보에 대한 정정은커녕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거나 사과조차 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설사 인정한다해도 오보가 나온 후 정정보도가 나오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오래 걸릴수록 잘못된 내용이 사실로 받아들여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10여 년전 대중음악 잡지 롤링스톤의 ‘캠퍼스 성폭행’이란 특종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워싱턴포스트의 의혹 제기에 따라 대형오보 사건이 된 적이 있다. 사실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투철한 직업의식의 부족이나 결핍, 그 방법의 부적절성 등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던 언론도 있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은 연합군의 불리한 전세가 적에게 알려질까 우려해 바른 보도를 모두 통제했다. 단 한 곳, 이를 숨김없이 파헤쳐 실었던 신문이 있었다. 데일리 메일이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모르는 국민들은 이 신문이 적을 이롭게 한다는 생각에 신문을 모아 불지르고 비난을 퍼부으며 신문사 사장을 매국노라고 매도했다.
그럼에도 데일리 메일은 한결같이 펜을 꺾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했다. 마침내 국민은 이를 알게 되고 정부도 정책을 바꾼 결과 전쟁은 연합군의 승리로 돌아갔다. 전쟁이 끝난 뒤, 독일 황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데일리 메일이라는 한 장의 신문 때문에 졌다’ 고.
근자에 캘리포니아 전 주지사였던 슈워제네거가 팟홀을 메운 일에 대해 남가주 개스공사가 공사를 위해 파놓은 것을 덮은 헛고생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간 후 양측 간의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어느 도끼가 진실인지 제대로 알아보는 지에 따라 바른 언론이냐 장삿속의 기레기 심부름꾼이냐로 갈라질 것이다. 헤르메스는 훌륭한 전령의 신이기 이전에 애초에 도둑과 상인의 신이기도 했다. 남의 것을 잘 엿보고 훔쳐내고 여러 곳으로 옮겨 나르기도 해서다.
언론 기업은 사주의 것이겠지만 공공성은 일반인의 몫이라는 것을 깊이 깊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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