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논바이너리(한 쪽 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사람)’고등학생이 졸업파티에 드레스 말고 정장을 입고 갔다는 이유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자 지역 소상공인들이 삼삼오오 나서 학생 단 1명을 위한 자체 졸업파티에 모금을 했다.
지난 26일 CNN에 따르면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내슈빌 크리스천 스쿨’의 논바이너리 헤이스(18)는 프롬파티(졸업파티)에 ‘여자가 정장을 입었다’는 이유로 참여할 수 없었다고 인스타그램에 하소연을 했다. 헤이스는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자신의 성별을 규정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논바이너리’로 했다.
프롬파티는 미국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마지막 공식 댄스파티로 일반적으로는 남녀 한 쌍이 짝을 이뤄 정해진 파트너와 함께 참여한다.
헤이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은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던 이들에게 공감을 줬고 26일 기준 2만3000개의 좋아요와 2000개의 댓글을 받았다.
이 영상을 본 한 미국 누리꾼들은 “단지 졸업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 여성성에 순응할 필요는 없다”라면서 “(여성성이라는) 틀에 갇혀 내가 누구인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학교 측은 매체의 취재 요청에 성명을 보내 “학교 출석과 특별 행사 등 교내 활동에 대한 복장 규정이 있다”며 “이 규정은 입학할 때부터 모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지가 되며 서명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논바이너리 학생이 드레스를 입지 않아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졸업파티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소상공인들은 앞장서 ‘헤이스’ 단 1명 만을 위한 자체 졸업파티를 계획했다.
내슈빌에서 이벤트 장소 대여사업을 하고 있는 반 몰스는 헤이스에게 선뜻 25명이 참여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이어 헤이스의 친구 앨리슨 홀리는 후원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모금 페이지를 열었고 지역 주민들과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현재까지 2만9000달러(약 3900만원)를 모금했다.
헤이스의 친구 홀리는 “2023년에도 여전히 이러한 복장 규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다”며 “당연히 친구를 위해 무엇인가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성금은 졸업파티에 가지 못했던 헤이스 1명 만을 위한 ‘프롬파티’를 위해 쓰인다. 남은 후원금은 성소수자의 권리 향상에 앞서는 자선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