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윈 힐즈와 LAX를 잇는 지름길인 라시에네가 선상에 원유 채굴기들이 분주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지하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모습은 LA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LA의 첫인상으로 남는다. 2017년까지 가동되던 베버리 힐즈 하이스쿨의 원유 채굴기는 꽃무늬 타워로 가려져있다.
항상 맑고 쾌청한 날씨처럼 원유 또한 LA를 지난 120여년간 부자 도시로 만들어준 자연의 선물이다.
라브레아 타르핏에서는 수만년 전부터 땅속에 묻혀있던 원유가 검은 타르 덩어리들과 함께 발견되었다.
1769년 여름 스페인 사람들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 타르로 가득 찬 늪을 발견했다. 이들을 이끌었던 후안 크레스피 신부는 이 늪들을 “타르 화산들”로 칭했다고 기록했다.
이후 타르는 아스팔트 제조에 사용되어왔으며 뉴홀 지역에서는 땅에서 나는 원유를 희석해 램프를 위한 등유로 사용하기도 했다. 최초의 진짜 원유는 남북전쟁 당시 추출되기 시작했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 거의 없었다.
1892년 11월 4일, 에드워드 도헤니가 유칼립투스 통나무를 연필처럼 갈아 에코 파크를 파내면서 유전을 발견하면서 ‘블랙 골드 러쉬’가 시작됐다.
이때 백야드에 오렌지 나무가 있는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남가주로 이주한 수백만명의 사람들 일부는 피겨로아부터 베니스 비치에 이르는 지역에 걸친 곳에 홈 유정 굴착 장치를 세웠다.
마치 “The Beverly Hillbillies”가 그들의 텍사스 차를 남가주로 옮겨온 것 같은 모양새였다. 현재까지 원유가 나오고 있는 시그널 힐은 대불황 시기에 엄청난 양의 원유 기중기를 보유하고 있어 WPA 가이드에서는 이를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USGS의 연구 결과 1933년 롱비치 대지진은 헌팅턴 비치에서 있었던 원유 굴착이 너무 깊게 들어갔기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로 인한 사기와 스캔들도 셀수 없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주식을 이용한 폰지 스캠이었던 ’줄리안 오일 스캔들’로 이로 인해 수만명의 앤젤리노들이 1억달러 이상을 잃었다.
줄리안 오일 스캔들의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이 사기로 인해 모든 돈을 다 잃은 한 남성에 의해 법정에서 총격 살해 당했다.
LA검찰은 샌 쿠엔틴으로 뇌물을 받으러 떠났다. C.C. 줄리안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LA를 떠나 오클라호마에서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이려다가 중국으로 도망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재까지도 원유 채굴기들은 남가주 전역 곳곳에서 스타일리쉬한 타워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피스 빌딩 등으로 모습을 가린 채 1년에 1억 배럴 가량의 원유와 더불어 수입과 일자리를 생산해내고 있다.
9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잉글우드의 유전은 도시내 유전 중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한편 더이상 운영되지 않고 버려진 유전들은 인근 지역에 독성 물질을 배출해왔고 그 자리에 주택, 공원, 학교 등이 들어선 곳도 있다.
시 정부와 환경보호단체들은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정유사들의 환경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기사를 읽고 집 뒷마당을 파 원유 기중기를 설치해볼까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원유가 나온다고 해도 땅 속 깊은 곳의 광물 자원 소유권은 집 주인이 아닐 확률이 높다.
<강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