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친(親)탈레반 정당 선거 집회를 겨냥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 현재까지 54명이 사망하고 약 200명이 부상을 당했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 북서부 바자우르의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역에서 강경파 정치인들이 모인 자미아트울레마에이슬람(Jamiat Ulema-e-Islam)당의 당원 약 400명이 모인 집회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전국 각지에서 애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경상을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은 병원에서 퇴원했으나 중상을 입은 사람들은 군용 헬리콥터를 타고 큰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상을 입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숨지면서 사망자 수는 점차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해당 정당의 지도자 파즐루르 레만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1년과 2014년에도 그를 겨냥한 폭탄 테러를 피했다고 한다.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의 선전매체 아마크를 통해 “IS의 자살공격자가 파키스탄 군중 한 가운데서 폭탄 조끼를 터뜨렸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테러 발생 직후부터 호라산주 IS와 연계된 지역 지부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공격을 당한 정당은 오는 10월 또는 11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에서 경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 고위 지도자 중 한 명인 압둘 라쉬드는 폭탄테러가 당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이런 공격은 우리의 결의를 꺾을 수 없다”고 말했다.
#Pakistan blast video … pic.twitter.com/6bUsKq1S9p
— anjunirwan (@anjn) July 30, 2023
이 정당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일부다.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 투표를 통해 임란 칸 전 총리를 축출하며 집권했다.
샤리프 총리는 레만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표하고, 공격을 주도한 자들이 처벌받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고 한다.
파키스탄 탈레반(TTP)도 “이슬람주의자들을 대적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과 거리를 뒀다.
이번 공격은 지난 10년간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중 하나다. 2014년에는 페샤와르 지역의 주로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TTP의 공격으로 학생과 교사 147명이 숨졌다. 또 올해 1월에는 페샤와르의 이슬람사원에서 자폭테러가 발생해 74명이 숨졌다. 다음달인 2월에는 페샤와르 경찰 본부가 있는 건물 안쪽 사원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 경찰관을 포함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한편 이날 테러는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에 발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중국과의 우호에 어떤 장애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