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뉴노멀(새로운 표준)’ 시그널에 달러값이 질주하고 있다. 이에 반해 달러를 견제해야할 엔화값은 추락하고 있고, 더딘 경기 회복세는 우리 경기 전망까지 끌어내리며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제지표에 따라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원·달러가 140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6원 내린 134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는 8월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중순만 해도 1260원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8월에만 50원 가까이 뛰었고, 9월에만 30원 올랐다. 지난 4일에는 1363.5원으로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높아진 美 긴축 장기화 우려…고용지표 호조 힘 더해
원·달러 강세 배경으로는 미국의 긴축 기조 경계심이 높아진 점이 꼽힌다. 지난달 말 열린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직후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연내 1차례 금리 인상이 전망되고, 내년 금리 인회 횟수는 당초 4번에서 2번으로 줄어들며 고금리가 장기화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경제지표 호조도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6일 발표된 미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신규 고용은 34만 명 가량 늘며 지난 1월(47만 명)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17만명)보다 2배 높다. 노동시장의 견조함은 미 연준이 고금리를 오랫동안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고용 지표 발표 후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4.88%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에 접근했고, 30년 만기 금리는 장중 5%를 터치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6.97까지 튀었다.
고금리가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시각도 높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5.5%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과 함께 연준의 기준금리가 7%를 기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 질주 못막는 원화값…원·달러 1400원 터치 가능성
달러를 견제할 통화가 없다는 점도 달러의 질주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지난 3일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을 터치했다.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잠시 숨고르기에 나섰지만 6일 역시 장중 149엔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연내 160엔까지 가치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원화 값도 힘을 잃고 있다. 연준의 고금리 정책은 자본 이탈과 경제 부진에 대한 우려를 높이며 원화값 하락으로 이어진다. 중국의 더딘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회복 지연 역시 원화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불씨가 여전한 만큼 연내 달러 당 원화값의 1400원대 터치 가능성을 높게 본다. 다만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은 10일 보스틱 연은 총재 연설에 이어 11일 FOMC 회의록을 공개하고, 12일에는 9월 CPI(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