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명(이재명)계는 18일 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개한 새 현수막이 청년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대해 “총선기획단의 대국민·대당원 사과를 요구한다. 의사결정 책임자는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청년들은 정치도 경제도 모른다는 뜻인가. 충격적인 당 현수막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의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은 청년 세대를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며 “맥락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못한 어설픈 홍보기획을 해명하려다 더 큰 비난을 자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현수막 사태는 도덕성, 민주주의, 비전이 상실된 민주당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재명 민주당의 청년세대에 대한 인식 능력의 결여의 증거”라며 “후진적인 홍보역량과 무뎌진 도덕적, 대중적 감수성이 70년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홍보물을 내놓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현수막은 당내 여러 단위,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의사결정을 거쳐 결정되었을 것임이 분명하다”며 “대체 어떤 의사결정 경로로 저런 저급한 내용과 디자인이 홍보물로 결정됐는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현수막 사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총선기획단의 즉각적인 대국민, 대당원 사과를 요구한다”며 “또한 해당 홍보 프로젝트 의사결정 책임자의 사퇴 또한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친명계로 분류되지만 거액의 가상자산 거래 의혹에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현수막 메시지를 읽은 다음 함께 떠올리는 민주당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면 그다지 좋지는 않을 것 같다”며 “2030 맞춤형으로 개인성과 다양성을 강조했다고 하지만 시안의 메시지에 전혀 공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2030 세대를 겨냥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며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게시 안내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시도당에 보냈다.
민주당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민주당이 들어가 ‘나에게 쓸모 있는 민주당’으로 변화하겠다는 캠페인”이며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2030세대 위주로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민주당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티저'(호기심 유발) 현수막 4종을 공개했다. 새 현수막에는 기하학적 무늬와 함 ‘11.23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디자인은 당 상징색인 파란색 사용을 최소화하고, 당명이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현수막 디자인과 문구는 기존 정치권 현수막 디자인을 탈피해보자는 취지에서 2030 세대의 취향을 고려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문구가 공개되자 당 내부에선 반발이 쏟아졌다. 젊은 세대를 이기적인 집단으로 표현하는 등 오히려 청년 비하로 읽힌다는 지적이다. 당직자와 보좌진들이 모인 당 홍보국 단체 대화방에는 재검토 요청도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