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에게 2심 법원이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최태영·정덕수·구광현)는 17일 오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의원의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위를 보면 여론 형성에 기여하며 정치인으로서 발언의 신중함을 인식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해 여론 형성을 왜곡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사회적 비평’이란 주장을 하지만 비평은 자신이 타자가 되야 한다”며 “피고인이 글을 게시할 당시 일반 독자들은 이를 ‘인용’이 아닌 피고인의 주장이나 해석으로 재구성했다고 보기 어렵기에 허위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2020년 4월 이른바 ‘채널A 사건’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올려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SNS에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해라’,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10월 1심은 최 전 의원이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인 ‘비방 목적’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언론인인 이 전 기자에게 공인 성격이 있다고 보고, 최 전 의원의 행위가 부당한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방 목적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1심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고, 2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혐의에 추가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해 처벌 범위가 더 넓은 항목을 추가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최 전 의원 측은 명예훼손에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언급하며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주장도 고수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 전 의원이 게시글 관련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행위 관련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언론인을 공적 인물로 취급하기 어렵고, 취재 과정에 부당함이 있었다는 이유로 최 전 의원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언론에 공개된 자료만 보더라도 인용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고, 게시글을 올리기 전 편지를 검토한 것을 감안하면 당시 허위성을 인식했거나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짚었다.
1심이 부정한 비방 목적에 대해서도 “기자는 공적 토론 대상을 보도해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취재활동만으로 공직자와 같은 국민의 감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비판의 허용 범위를 넘어 위법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 피해자에 대한 비방 목적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국회의원은 당선된 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로 처리된다. 형사 사건의 경우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의원직을 상실한다. 최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대학원 측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고, 의원직을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