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를 사칭해 30억원대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청조(28)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판결에 앞서 이례적으로 중국 소설을 인용하며 전씨에게 일침을 가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14일 오후 2시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전씨에게 징역 12년, 공범으로 기소된 경호실장 이모(27)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선고에 앞서 김병철 부장판사는 중국 소설가 위화의 작품 ‘형제’를 언급하며 “소시민의 고단한 삶을 그린 이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이 가슴을 넣었다 뺐다 하는 장면이 있다. 가슴이 커지는 가짜 크림을 팔아 먹고살기 위함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작품을 읽으면서 위화와 같은 대가가 이런 소재를 썼다는 데 대해서 굉장히 의아스러웠는데, 그러다가 이 사건을 접하게 됐다”며 “가슴은 물론이고 성별까지 왔다 갔다 하는 막장 현실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로서는 이 사건이 인간의 탐욕, 물욕을 경계하는 반면교사가 되길 바라는 씁쓸한 소회를 밝힌다”고 말한 뒤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씨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액을 변제하지 못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했다. 일상이 사기였다는 피고인 본인의 말처럼, 본인의 범행을 돌아보고,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하길 바란다”며 “피고인의 양형기준은 가중된 기준에 따라도 징역 10년6개월이지만 재판부는 이 기준을 다소 넘어서는 징역형을 선고하겠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경호원 이씨에 대해선 전씨 사기의 종범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처음에 전씨로부터 3500여만원을 편취당한 피해자로 사건에 얽혔지만 2023년 7월부터 종범의 지위로 전환됐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씨와 이씨는 선고 직후 큰 소리로 오열하며 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