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주에서 냉동 배아도 사람이라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앨라배마 최대 병원이 체외 인공수정(IVF) 시술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2일 AP통신에 따르면 앨리배마대학병원은 냉동 배아가 어린아이와 법적으로 동등하다는 판결이 나온지 5일 뒤, 판결이 시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IVF 시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병원 의료진은 성명을 통해 “환자나 의사가 IVF 시술로 인해 처벌을 받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IVF 시술을 통해 아기를 가지려는 환자들의 시도에 (이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6일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배아도 사람으로 간주한다며 이를 훼손한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체외 인공수정하더라도 시간과 비용 더 들어
IVF 시술은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 난자를 채취해 인공 수정한다. 이렇게 만든 배아 여러 개 중 일부만 자궁에 이식하고 나머지는 첫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냉동 보관한다.
임신에 성공할 경우 남은 냉동 배아의 처리가 관건인데 법원의 판결은 냉동 배아 폐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앨라배마주 최대 난임치료병원의 의사인 매미 매클레인은 “지금 앨라배마 판결대로라면 환자도 의사도 난임치료센터도 배아를 냉동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병원들이 IVF 시술을 계속 진행하더라도 환자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
의사가 기존 방식대로 한 번에 여러 배아를 만들어 냉동 보관하면 IVF 시술이 실패해도 냉동 배아를 이용해 다시 시도할 수 있지만, 냉동 배아가 없으면 IVF 시술을 할 때마다 새로 난자를 채취해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WP “다른 주에서도 소송 제기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현재는 앨라배마주에만 해당되지만 향후 다른 주에서도 같은 문제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97,128명이 IVF를 통해 태어났으며 전국에 IVF 시술병원은 453개가 있다.
전국여성법률센터에서 낙태 정책을 담당하는 케이티 오코너는 “의사들이 앨라배마에서 난임 치료를 하는 게 너무 위험이 크다고 판단할 것이며 낙태 반대단체들이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판결을 끌어내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경쟁 중인 공화당 대선 후보 니키 헤일리 전 유엔(UN) 대사는 인터뷰를 통해 앨라배마 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했다. 그는 “나에게 배아는 아기”라며 “배아에 대한 얘기는 곧 나에게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번 판결이 2022년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뒤로 불거진 낙태권 논쟁을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