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자신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표를 더 많이 잠식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에서 케네디 후보의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들어 바이든 보다 더 “급진 좌파”라고 지적했다.
그는 케네디의 대선 출마가 바이든 대통령의 표를 잠식할 것이라면서 “그가 출마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그의 선거 참모들은 케네디 후보가 트럼프와 바이든의 유권자를 동일하게 잠식할 것으로 밝힌다.
케네디 후보도 26일 “우리 유세는 정당한 스포일러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에게 스포일러”라고 강조했다.
케네디 후보는 경합이 치열한 주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부 주의 경우 케네디 후보의 출마를 허용하지 않는다.
환경보호 변호사 출신인 케네디 후보는 당초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했다가 무소속으로 변경했다.
그는 화석 연료 감축을 지지하는 좌파 환경론자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우파에 동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 반대한다.
또 지난해 대법원의 임신중절 금지 판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가 역풍을 맞자 여성의 선택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백신 접종 반대론을 오래도록 펴온 케네디 후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백신 의무 접종과 봉쇄 조치를 비판했다. 트럼프 진영과 유사한 입장이다.
케네디 후보는 가문의 명성 덕분에 상당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폭스 뉴스의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케네디의 지지율이 13%에 달한다.
그러나 무소속 또는 제3진영 후보의 지지율이 일반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케네디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실제 투표에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또 여론조사로는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더 불리해질 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기반보다 트럼프의 지지 기반이 더 튼튼한 것으로 판단하는 민주당은 제3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바이든 후보의 재선을 가로막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트럼프 진영이 케네디 후보를 지원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케네디 후보의 정책이 주류 진보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공화당은 케네디 후보를 크게 공격하지 않고 있으나 트럼프의 발언에서 케네디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대통령 재임 시절 케네디를 백신 위원으로 임명했던 트럼프는 지난해 케네디가 민주당 후보 경선에 출마하자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며 “그를 많이 좋아한다.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이다. 자유주의자적 성향이 일부 있다. 사실 나 역시 그런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케네디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트럼프 선거본부와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케네디 후보를 좌파 후보로 규정하고 무소속 출마가 유권자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