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안데르센 자신이 가장 감동적이라고 여기는 인어공주는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는 명작이다. 먼 바다의 왕에게는 아름답고 예쁜 마음씨를 가진 여섯 명의 인어공주가 있었다. 그 중 호기심 많으며 사려 깊은 막내 공주가 어느 날 바다 바깥 세상으로 올라와 구경하던 중 배 갑판 위에 있는 왕자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으로 인해 그 배가 난파되어 왕자가 위험에 처하자 그를 구해 해안가로 데려간다. 잠시 후 사람들이 왕자를 데려가고 인어공주는 다시 바다 속으로 돌아온다. 이 후 왕자가 그리워진 인어공주는 그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매일 해안가로 나가보지만 왕자를 볼 수가 없었다.
생각하다 못한 인어공주는 마녀를 찾아가 인간의 다리를 갖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마녀는 물약을 만드는데 공주의 혀가 필요하므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게 되고 또한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물거품이 된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공주는 목소리를 포기하고 다리를 얻는다. 그리고 궁전으로 들어가 왕자를 만난다.
하지만 왕자는 인어공주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었다는 것을 모른 채 그녀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왕자는 인어공주를 아끼고 귀여워하지만 이웃 나라 공주와 결혼한다.
왕자의 결혼식 날 밤 인어공주의 언니들은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짤라 마녀에게 주는 대신 칼 하나를 얻어 인어공주를 찾아온다. 언니들은 인어공주에게 칼을 주며 왕자의 심장을 찔러 그 피로 다리를 적시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그 칼을 파도 속에 던져버리고 결국 물거품으로 되고 만다. (후에 ‘공기의 정령’이 되어 승천한다).
사랑을 찾아 목소리를 포기해야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사랑을 잃어야 했던 인어공주. 결국 목소리가 그녀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셈이다. 이는 비록 인어공주 동화 속 이야기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목소리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해 존 콜라핀토(John Colapinto)가 지은 책 ‘보이스(Voice)’를 보자. 어느 마을에 위험한 동물이 출현했을 때 누군가의 ‘도망쳐!’ 단 한마디는 모든 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생존에 필요한 도구가 됐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의사소통 이상으로 언어를 더 강력하게 만든 그 목소리의 능력이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도 설명한다. 소리가 의미에 선행하다는 이론도 있고 보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헌데 흥미롭게도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녀(Her)’ 이야기도 나온다. 많은 IT 기업들이 오랫동안 연구해 오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목소리와 미묘하고 풍부한 감정을 담은 목소리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뉘앙스 탐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 등이다.
헌데 최근에 챗GPT-4o 음성서비스 중 하나인 ‘스카이’의 목소리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닮았다는 논란이 나왔다. 우연찮게도 영화 ‘그녀(Her)’에서 AI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배우가 바로 요한슨이었다.
그러자 오픈AI는 그 목소리 사용을 중단했고, 요한슨 측은 지난해 샘 올트먼이 자신에게 목소리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도 오픈AI가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목소리를 사용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모토(Motto)같이 삼는 말이 있다고 한다.
‘허락을 구하기보다는 용서를 구하라.’ 혁신을 위해선 규제를 넘어 일단 저지르고 보라는 뜻? 그러다 문제가 생겨도 합의(合意)하면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는 계산으로 그렇게 하는 걸까?
아무튼 인어공주는 목소리로 사랑을 잃었고, 요한슨은 목소리로 상처를 입은 셈 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