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올 한 해 동안 100명 이상의 외국인을 처형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7일(현지시각) 사우디 관영통신을 인용,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나즈란 지역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예멘 국적자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집행으로 올 한 해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사형된 외국인의 수는 총 101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연간 외국인 사형자가 각각 34명씩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유럽-사우디 인권기구(ESOHR) 관계자는 “이는 1년간 외국인에 대한 사형집행 건수 중 최다”라며 “사우디는 한 해 100명의 외국인을 처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23년 중국과 이란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수의 사형 집행이 이뤄졌다.
올해 역시 지난 17일 기준 총 274건의 사형을 집행했고, 이는 종전 최다 사형 집행기록인 1995년의 192건과 2022년의 196건을 뛰어넘는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22년 디 애틀랜틱(The Atlantic)과의 인터뷰에서 ‘살인 사건이나, 많은 생명에 위협을 가할 때’를 제외하고는 사형을 폐지했다고 밝힌 것이 무색할 만큼의 잦은 집행 건수다.
올 한 해 동안 사형된 외국인 역시 101명에 달하는데 그중 파키스탄 출신이 21명, 예멘 출신 20명, 시리아 출신 14명, 나이지리아 출신 10명, 이집트 출신 9명, 요르단 출신 8명, 에티오피아 출신 7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없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사형할 때 주로 참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일리메일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올해 사형 건수가 급증한 데 대해 마약 사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우디는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을 3년간 유예해 왔는데, 2022년을 끝으로 이를 해제한 바 있다.
또 유럽-사우디 인권기구(ESOHR)의 활동가들은 “외국인은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며 일반적으로 외국인인 피고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 안팎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형 집행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동 사형제도 반대 운동을 이끄는 비정부기구 ‘집행유예(Reprieve)’ 관계자는 “지속적인 마약범 검거가 폭력의 악순환을 영속화한다”며 “올해 전체 사형집행 건수가 300건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