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를 완주했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경쟁에서 자신이 승리했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 불화의 도화선이 됐다.
WSJ은 15일(현지 시간)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뒤로 실망했으며 둘 사이 관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가까운 인사와 대화하면서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어 깊은 슬픔을 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선거 기간뿐 아니라 임기 내내 바이든 대통령 대체로 비호해 온 해리스 부통령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대선 TV토론 뒤 트럼프 당선인에 지지율 열세를 보이던 바이든 대통령을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를 보여왔던 점이 이 같은 의혹의 배경이 된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비판 대신 지지 발언을 내놓았던 해리스 부통령은 일부 민주당 인사의 요청에도 그와 갈라서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 측근 일부는 두 사람 사이 관계가 민주당 대선 후보 변경 뒤로 어색함으로 변모했다고 봤다. 해리스 부통령의 ‘일방적 충성심’으로 대변되던 둘의 관계가 냉각됐다는 평가다.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 동안 굳은 얼굴로 옆자리에 있던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별다른 교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대선 뒤 고조된 관계 냉각의 징후라고 WSJ은 분석했다.
지난 5일 바이든 대통령은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 근거했다며 트럼프 당선인과 대선에서 끝까지 맞붙었더라면 자신이 이겼을 것으로 본다고 발언했다. 그는 자신의 후보 사퇴를 낮은 대선 승리 가능성에 기인한 결정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한 대승적 결정으로 묘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일부 인사에게 자신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유세를 비판하려는 목적성을 띤 발언은 아니라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 측근의 설명이었다.
공교롭게도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의 불화설은 해리스 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광범위한 산불 피해가 보고된 상황에서 드러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뒤 해리스 부통령은 LA와 뉴욕을 오가며 앞으로 행보를 준비할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관계자는 해리스 부통령이 2026년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출마 가능성을 포함한 다음 행보를 고려하고 있다고 WSJ에 귀띔했다. 2028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다.
그동안 해리스 부통령은 출판이나 연설 등으로 대중과 접점을 넓힐 전망이다. 남편인 더그 엠호프는 변호사 업무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0일 새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