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자녀 특혜채용으로 ‘가족회사’라는 오명을 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채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경력경쟁채용(경채) 관련 규정 위반만 총 878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결과에는 선관위의 조직·인사관리 전반을 감사한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은 전현직 32명에 대해 중징계 요구 등 책임을 묻는 조치를 했다.
채용 특혜는 주로 지방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경채에 집중됐다. 감사원이 시도선관위가 2013년~2023년 실시한 경채 167회를 전수 점검한 결과 규정 위반 사례는 662건이었다. 중앙선관위는 216건이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들은 직원 자녀의 채용 특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조카의 채용을 청탁한 한 직원은 감사원 조사에서 “과거 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중앙 및 시·도 선관위 인사담당자 등은 선관위를 ‘가족회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2022년 양대선거(제20대 대통령선거 및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대비한다며 2021년 대규모 경채를 실시했다. 당시 인사담당 직원들은 메신저로 “(간부들이) 자식 등 지인을 데려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경채를 실시하면 진흙탕이 튀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남선관위 A과장은 경남선관위 경채에 자녀가 응시했다고 채용 담당자에게 알린 후 수시로 진행상황을 문의했고, 자녀는 최종 임용됐다.
전남선관위 B과장은 경채 면접시험 외부위원들에게 빈 평정표(평가표)에 서명만 하고 응시자 순위는 별도로 내라고 요청했다. 위원들이 귀가한 후 C계장은 박찬진 전 사무총장의 자녀를 포함한 6명이 합격하고 나머지 4명은 불합격되도록 평정표를 임의 작성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경남선관위의 D과장은 본인이 근무하는 경남선관위 경채에 자녀가 응시했다는 사실을 채용 담당자들에게 알리고 수차례 경과를 물었다. D과장의 청탁을 받은 총괄 책임자는 실무자인 계장에게 D과장의 자녀를 포함한 합격자 명단을 제공했다. D과장의 자녀는 전출동의를 받지 못하는 등 절차상 하자에도 결국 채용됐다.
선관위는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와 관련해 자료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B과장은 박 전 사무총장 자녀의 면접시험과 관련해 평정표를 임의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경위가 담긴 파일 등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도록 종용했다.
일부 직원들의 복무 행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감사원은 강원선관위의 E과장이 2015년부터 8년간 일본 등 해외에 머문 일수가 817일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무단결근이 100일이었으며, 과다 수령한 급여는 3800만원에 달했다.
E과장은 서귀포시 사무국장으로 보임된 2019년에는 본인 휴가를 스스로 승인할 수 있는 위임전결 규정을 이용해 한해 동안 48일의 무단결근 및 허위병가를 사용하고, 131일 동안 해외여행을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선관위 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송봉섭 전 사무차장(차관급)을 비롯한 선관위 전현직 인사 27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은 헌법재판소의 선관위와 감사원 간 권한쟁의심판 선고기일인 이날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권한쟁의 심판 쟁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헌법에 보장된 선관위의 독립 업무 수행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감사원 감사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봤다.
권한쟁의심판 선고기일이 이날로 정해진 데 따라 감사원은 예정보다 빠른 25일 감사 결과를 의결·확정한 뒤 이튿날 헌재에 전달하고 언론에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