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 경찰관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섰던 캐런 리드(45)가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18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노퍽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리드에게 적용된 2급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로써 사건 발생 3년 5개월 만에 리드는 살인 누명을 벗게 됐다.
리드는 다만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돼 1년간 보호관찰을 명령받았다.
이 사건은 2022년 1월, 리드의 남자친구였던 보스턴 경찰 존 오키프(당시 46세)가 동료 경찰의 집 앞 눈 쌓인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시작됐다. 검찰은 당시 리드가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오키프를 치어 방치해 숨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리드가 최소 9잔의 술을 마셨고, 그의 SUV 차량 후미등 파손 흔적이 현장에서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리드 측은 사건 초기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다. 리드의 변호인단은 오히려 경찰 동료들이 오키프를 폭행해 살해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리드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반박했다. 사건 현장인 경찰 브라이언 앨버트의 집에서 벌어진 폭행이 사망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법정에선 진술도 엇갈렸다. 집주인 앨버트 부부는 리드와 오키프가 사건 당일 집에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검찰 측도 당시 집에 있던 11명의 진술을 인용해 “오키프가 집 안에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리드 측은 앨버트와 주요 증인 사이의 친분 관계, 경찰 내부의 유착 가능성 등을 부각시키며 진실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리드의 친구 제니퍼 매케이브는 사건 직후 리드가 “내가 그를 치었을 수도 있을까?”라고 말했다고 증언했지만, 리드 측은 매케이브가 앨버트와 인척 관계라는 점을 들어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 사건은 재판 과정 내내 보스턴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리드는 풀려난 뒤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쳤고, 이를 지지하는 온라인 블로거들도 경찰의 은폐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파장을 키웠다.
작년 열린 첫 재판은 배심원단이 결론을 내리지 못해 무효로 선언됐다. 이어 1년 만에 열린 이번 재심에서 리드는 살인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재판 당일, 법정 밖에는 리드 지지자 수백 명이 몰려들어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환호를 질렀다.
일각에서는 리드가 백인이며 보석금 10만달러를 낼 수 있었던 재정적 여유, 언론과 인터뷰하며 여론전을 벌일 수 있었던 ‘특권’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스턴대 로스쿨의 시라 다이너 강사는 CNN 인터뷰에서 “만약 리드가 특권을 지닌 백인 여성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의 양상은 전혀 달랐을 것”이라며 “재판 중 구금되지 않고 변호사와 협력할 수 있었던 점,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던 점 등은 대부분 피고인들이 갖지 못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의 또 다른 축인 경찰과 검찰의 공모 가능성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시민사회 일각에선 경찰 내부 개혁 필요성을 다시 거론하고 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