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도로 매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응급의학 전문의 앨런 캐핀 박사는 “일부 고추류에 함유된 ‘캡사이신’ 성분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과 심박수를 급격히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심장마비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심장이 약하거나 선천적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매운 음식이 ‘폭탄’처럼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고는 최근 영국 런던의 한 식당에서 ‘세계에서 가장 매운 카레’를 한 입 먹은 젊은 남성이 곧바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식당을 뛰쳐나가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운맛을 유발하는 캡사이신 성분이 일반적으로 생명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엔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미국에서는 14세 소년 해리스 월로바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감자칩을 먹는 SNS 챌린지에 참여한 후 심장마비로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부검 결과 그는 기저 심장질환이 있었으며, 과도한 캡사이신 섭취가 상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터프츠 메디컬센터의 제임스 우델슨 박사는 “캡사이신은 심장을 과도하게 자극해 비정상적인 혈류와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심장 근육의 혈류 부족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매운 음식 섭취가 식도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캡사이신의 치명적 섭취량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위험한 수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편 최근 틱톡 등 SNS를 중심으로 극도로 매운 고추를 먹는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팔로워 1630만명을 보유한 한 인플루언서는 ‘유령 고추(Ghost Pepper)’를 연달아 먹은 뒤 우유를 마시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고추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진 인도의 ‘부트 졸로키아’로, 매운 정도가 상상을 초월해 유령 고추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국 애스턴대 영양학자 듀에인 멜러 박사는 이와 관련해 “이런 고추를 섭취하면 위산 역류, 소화 장애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식도암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