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부부가 31년 가량된 냉동 배아를 ‘입양해’ 아이를 출산했다. 냉동 배아를 통한 출산 기록을 약 1년 가량 갱신했다.
과학기술 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29일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하오주의 린지(35)와 팀 피어스(34) 부부는 냉동 배아를 통해 남자 아이를 출산했다.
이 냉동 배아는 1994년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11월 이식됐다.
6년간 임신 실패한 부부가 만든 배아
리뷰는 “30년 반 동안 냉동 보관된 배아를 통해 출생해 가장 나이 많은 아기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산모 린지는 “출산은 힘들었지만 둘 다 잘 지내고 있다”며 “이렇게 소중한 아기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부부는 1994년에 만들어진 냉동 배아를 ‘입양’했다.
린지는 “아기에게는 30살 된 언니가 있다”며 “가족과 교회 사람들이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아를 기증한 여성 린다 아처드(62)는 “정말 현실같지 않고,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아처드는 6년 동안 임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당시 비교적 새로운 기술이었던 체외수정(IVF)을 시도했다. 수 차례 시도 끝에 1994년 5월 네 개의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중 하나는 린다의 자궁에 이식돼 건강한 여자아이가 태어났고 세 개의 배아는 냉동 보관됐다. 당시 태어난 아이는 30세가 되어 10살 딸아이를 낳았다.
아처드는 나머지 배아들도 직접 사용하려고 했으나 남편과 의견이 달라 결국 이혼한 뒤 ‘배아에 대한 양육권’을 얻어 보관했다.
‘냉동 배아 입양’
아처드는 매년 보관료로 약 1000달러를 지불해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폐경기를 겪으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폐기하거나 연구에 기증하고 싶지 는 않았다.
그는 익명 기증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태어날 아기를 직접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뷰는 전 세계 저장 은행에 냉동 배아가 가득 차 있으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다 그녀는 ‘배아 입양’에 대해 알게 됐다.
미국에는 ‘배아 입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여러 곳이지만 장기간 보관된 배아를 받는 곳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해동 및 이식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출생까지 이를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트라이트 크리스천 입양 기관에서 운영하는 스노우플레이크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기관은 배아 생성 시점부터 아처드의 의료 기록과 배아의 검사 기록을 요구했다.
그는 오래 전 자신을 진료했던 불임 전문의에게 전화했다. 70대인 그 의사는 오리건주의 한 병원에서 여전히 진료를 하고 있었다. 일부는 손으로 쓴 진료 기록을 찾아냈다.
스노우플레이크 프로그램의 베스 버튼 국장은 “매칭 과정은 가족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아처드는 미국에 거주하는 백인 기독교 기혼 부부를 선호했다.
아처드의 배아는 ‘배정이 어려운 배아’나 장기간 보관되었거나 건강한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되는 배아를 위한 기관의 오픈 하트 프로그램에 배정됐다.
린지와 팀 피어스 부부는 7년 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오픈 하트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었다.
클리닉을 통한 배아 기증자와 수요자 매칭
린지 부부는 받을 배아에 대한 기준을 고려하던 중 어떤 기준이든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린지 부부는 테네시주 녹스빌에 있는 체외수정 클리닉인 리조이스 퍼틸리티에 등록했다.
생식내분비학자 존 고든이 운영하는 이곳은 배아를 가장 오래 보관한 기록을 보유한 곳이다.
2022년 레이첼과 필립 리지웨이 부부가 30년 가량된 냉동 배아를 통해 쌍둥이를 얻었다.
체외수정(IVF)을 위한 배아 냉동은 초기 저속 동결에서 2000년대에는 유리화(vitrification) 기술을 통해 고속 동결로 바뀌었다.
린지 부부는 오하이오의 집에서 테네시의 병원까지 2주 동안 다섯 번이나 왕복했다.
세 개의 배아 중 하나는 성장을 멈췄다. 나머지 두 개는 11월 14일 린지의 자궁으로 이식되었다. 그중 하나가 태아로 성장했다.
아처드는 태어난 아기의 사진을 보고 먼저 태어난 딸의 아기 때랑 너무 닮았다는 거라고 말했다.
그는 “태어난 아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리건주 출신의 네 아이의 엄마 레이첼 리지웨이는 2022년 10월 31일 30년 전에 냉동된 배아를 이용해 쌍둥이 아기를 낳았다.
이전 기록은 2020년에 약 27년간 냉동 보관된 배아에서 태어났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