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대장금 냄새 안 나요?”
tvN 주말극 ‘폭군의 셰프’가 제2 대장금으로 불리며 K푸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는 스타 요리사 ‘연지영'(임윤아)이 조선시대로 타임슬립, 최악의 폭군이자 최고의 미식가 왕 ‘이헌'(이채민)을 만나 요리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다. 첫 방송 직후부터 이영애 주연 ‘대장금'(2003~2004)을 떠올리게 하며 향수를 자극했다. 폭군의 셰프를 보니 “SNS 알고리즘이 대장금으로 가득 찼다” “BGM도 대장금 같아서 향수 돋는다” “대장금 다시 보기 하는데 54부작이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지영과 ‘서장금'(이영애)은 닮음 점이 많다. 미각과 요리 솜씨가 뛰어나고, 경연을 통해 단계별로 성장하는 서사 등 큰 줄기가 비슷했다. 여성 원톱 주연물에 K푸드가 나오고 배경음악 역시 유사하다. 마치 대장금 OST ‘오나라’ 가사인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가 흘러 나와야 할 것만 같았다. 폭군의 셰프는 대장금과 달리 전통 식재료를 현대 조리법으로 재해석해 차별화했다. 된장파스타, 수비드 스테이크, 슈니첼, 마카롱, 북경오리, 육회 타르타르 등이다. 신종철, 오세득, 김종효, 최강록, 이성우 등 스타 요리사들이 힘을 보탰고,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식욕을 자극했다.
외신도 극찬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정교하게 차려진 음식”이라고 평했고, 뉴욕타임스는 “여러 장르가 섞여 있지만, 핵심은 음식이라는 언어로 사랑을 전하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서바이벌 ‘흑백요리사'(2024)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폰 데몬 헌터스'(2025) 등의 열풍으로 K푸드 인기가 높아진 영향도 있다.
극중 ‘서길금'(윤서아)은 ‘대장금을 오마주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쏟아졌다. 절대 후각의 소유자로, 지영의 지원군으로 활약 중이다. 서씨에 전라좌수영 군관 아버지를 찾아 한양길에 올랐다가 어머니마저 잃고, 수랏간 최고 상궁이 되는 게 꿈인 점도 같았다. 북경오리를 손질할 때 뛰어난 칼질 실력을 보여줬는데, 시청자들은 ‘지영이 서울로 돌아간 후 길금이 조선을 대표하는 대령숙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채민 캐스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당초 박성훈이 이헌 역에 캐스팅됐으나, SNS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패러디 음란물 포스터를 올려 비난을 받았다. 결국 박성훈 대신 이채민이 투입됐지만,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많았다. 이전보다 안정적인 연기력과 성숙해진 감정 표현이 몰입감을 높였다. 원작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보다 판타지 로맨스를 가미, 이채민과 윤아의 로맨스 케미스트리도 돋보였다. 장태유 PD는 제작발표회에서 “120% 만족한다”고 했는데, 방송 후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병맛 요소는 실소를 터지게 했다. 이헌이 북경오리를 맛보고 반했을 때 상상 속 ‘인주대왕대비'(서이숙) 등이 칼춤을 추는 장면은 웃음을 줬다. 명나라 사신 ‘우곤'(김형묵) 표정 연기와 눈물 한 방울도 압권이었다. 마카롱을 먹는 신에서 코미디 노래와 함께 마카롱 컴퓨터그래픽(CG)이 ‘띠용’ 하고 나올 때는 박장대소했다. 명나라 대령숙수 ‘당백룡'(조재윤)이 맛 표현할 때는 마치 넷플릭스 서바이벌 ‘흑백요리사'(2024) 에드워드 리 같았다. 그간 장태유 PD는 ‘바람의 화원'(2008) ‘뿌리깊은 나무'(2011) 등 정통사극을 연출하며 오래 찍기로 유명했는데, 지난해 퓨전사극 ‘밤에 피는 꽃’으로 코미디 맛을 본 뒤 변했다. 비록 대장금보다 작품성과 완성도는 조금 떨어져도, “매회 어떤 CG가 나올 지 기대된다”고 할 정도다.
21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폭군의 셰프는 전날 넷플릭스 세계 TV쇼 부문 3위를 기록했다. 2회 공개 직후인 지난달 25~26일 이틀 연속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찍었다. 넷플릭스 비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중 최초로 글로벌 정상을 차지했다. 총 12부작으로 3회만을 남겨 둔 상태다. 국내에서도 1회 시청률 4.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8회 15.4%를 찍으며 화제몰이 중이다.
신한투자증권 지인해·김지영 연구원은 “넷플릭스 순위는 모든 판권을 쥐락펴락 하는 오리지널 작품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며 “(폭군의 셰프의) 글로벌 1~3위 안착은 매우 이례적인 성과”라고 짚었다. “이 성과가 더욱 훌륭한 이유는 본토인 미국 순위 톱 10에도 진입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상대적으로 비영어권·비오리지널 로코, 사극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데, 폭군의 셰프가 그 높은 장벽을 넘은 셈이다. K드라마, K푸드 등 높아진 K컬처 관심을 대변하는 사례”라고 짚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