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정부의 전기차(EV) 세액공제(7500달러)가 종료되면서 수요 위축으로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재고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짐 팔리 포드 CEO(최고경영자)는 “연말까지 EV 시장 점유율이 절반 이상 줄어 전체 판매의 4~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티앙 뮈니에 닛산 아메리카 지역 회장도 “10월은 수년 만에 최악의 EV 시장이 될 것”이라며 “수요가 없어 제조사들이 차량을 떠넘겨야 할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는 현재 딜러들이 보유한 미판매 EV는 약 13만4000대로, 현 판매 속도라면 소진에 두 달가량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세액공제 종료 직전인 9월에는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월 39달러에 EV를 구입할 수 있는 파격 조건이 등장하면서, EV는 9월 소매판매의 12.2%를 차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9월까지 누적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고, 3분기 EV 판매량은 6만6501대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GM은 올해가 최근 10년간 최고 판매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포드도 EV와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로 3분기 판매가 8% 증가했다.
현대차의 9월 EV 판매는 두 배로 늘었고, 전체 판매도 14% 증가했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수했음에도 9월 판매가 14% 늘며 올해 전체 판매는 8% 증가했다.
문제는 EV의 가격이다. 8월 평균 EV 가격은 5만7000달러로,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9000달러 이상 비쌌다. 포드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EV 생산 단가를 낮추지 않고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포드는 최근 켄터키주 루이빌 공장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2027년 3만 달러대 보급형 EV 픽업트럭 생산 계획을 밝혔다.
팔리 CEO는 “EV 산업은 활기를 띠겠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뮈니에 회장 역시 “연말까지 프로모션에 의존한 ‘인위적 판매’가 이어질 것”이라며 “많은 물량이 이미 쌓여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판매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GM과 포드는 세액공제 종료 여파를 완화하기 위해 EV 인센티브를 계속 제공할 방침이다. 포드는 자사 금융 계열사를 통해 연말까지 경쟁력 있는 리스 요금을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