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목이 붓고, 언덕을 오를 때 쉽게 숨이 차거나 한달 이상 기침이 지속된다면 ‘심장판막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장판막질환이란 심장 속에서 피를 모으고 내보내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의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사람의 심장은 네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혈액은 좌심방과 좌심실을 거쳐 대동맥으로 흘러가 전신으로 공급되고, 다시 우심방과 우심실을 지나 폐동맥을 통해 폐로 이동한다. 이때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는 승모판막이,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는 대동맥판막이 위치해 심장이 효율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정상적으로는 혈액이 한쪽으로 원활하게 흘러야 하지만,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 협착이 발생하고, 닫히지 않으면 역류가 생긴다. 이렇게 혈액의 흐름이 혼란스러워지면 심장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결국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다리 부종, 피로감, 소화불량 등이 있다. 운동이나 언덕길 오르기 같은 상황에서 쉽게 숨이 차거나, 밤에 누우면 가슴이 답답해 다시 일어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 발목이 붓고 양말 자국이 심하게 남는 것도 판막질환으로 인한 심부전의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이 반복되거나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처음에는 고열과 피부발진 혹은 관절통으로 입원했다가 증상이 호전된 후 심각한 후유증으로 심장판막 또는 판막하 구조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판막의 손상이 초래하게 된다. 20대 혹은 그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여성들은 임신 및 출산 전후로 심한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판막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퇴행성 변화다. 나이가 들면서 판막 조직이 딱딱해지고 손상되면서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실제 수술로 제거한 판막을 보면 노화로 인한 변성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질환은 대개 70~80대의 고령 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이외에도 선천적으로 판막 모양이 비정상적이거나, 과거 감염으로 인해 판막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진단 후 치료는 질환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경증이나 중등도의 판막질환은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판막 손상이 심해 심장 펌프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약물이나 시술,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 기대 수명, 수술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한다.
최근에는 고령 환자가 많은 만큼 심장 가슴뼈를 여는 수술 대신 최소침습적 시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승모판막 역류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판막 사이를 클립처럼 잡아줘 판막의 빈틈을 없애 혈액의 역류를 감소시키는 승모판막 클립시술(마이트라 클립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노화로 인해 대동맥판막이 딱딱해져 제대로 열리지 않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이나 판막이 닳아 제대로 꽉 닫히지가 않는 판막폐쇄부전의 경우에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타비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스텐트처럼 혈관에 가이드 철선을 넣어 대동맥 판막까지 도달하고, 풍선을 부풀려 판막 자리를 넓힌 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시술이다.
이사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판막질환은 방치할 경우 심장이 심하게 손상돼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사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