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미병(治未病)
지난 주에 94세가 된 여자 환자분이 오셨다. 주증상은 어지러움이다. 머리가 맑지 못하고 어지러움이 자주 동반되어 힘드시다고 한다. 맥진과 설진을 해보니 위장에 기능이 떨어져 힘이 너무 약하게 나오고, 피가 모자른 심장이 자주 팔딱팔딱 뛰는 맥이 나타난다. 누워서 복진을 해보니 위장이 돌덩이처럼 완전 딱딱하게 굳어 있다. 이렇게 딱딱한 위장을 얼마나 가지고 계셨냐고 물어보니 이제까지 딱딱한지 모르고 지내셨단다. 족히 25년은 넘었을 것 같다. 25년 이상 묵혀서 딱딱해진 위장을 언제 돌려 놓을 수 있을까? 94세에.
미리 파악이 됬더라면 돌릴 수 있는 시간은 짧을텐데.
이렇듯 너무 오래동안 방치된채로 한의원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다수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 불치기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이미 발생한 병을 다스리지 말고 병이 나기 전에 치료하라‘는 뜻이다.
질병이 나타나기 전에 크고 작은 징후들을 간과하지 말고 적절하게 관리한다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몇가지의 미리 나타나는 신호들을 살펴보자.
만성적인 소화불량, 속쓰림, 명치통증: 식후 더부룩함이나 속쓰림이 반복적이라면 단순 소화 문제가 아니라 위장관의 만성 염증 신호이다. 이를 방치하면 점막 손상이 심화될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췌장염, 심근경색증으로 발전 가능성.
지속적인 복부 팽만과 불편감: 그냥 가스가 차서 소화제 먹으면 낫겠지 하다가 난소암, 대장암, 복수(간경변)로 발전할 수 있다.
쉽게 멍이 들거나 지혈이 잘 안 됨: 혈소판 감소, 간 기능 저하, 사소한 충격에도 멍이 잘 들고, 상처가 났을 때 피가 멈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혈액 응고 기능이나 간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손톱 모양의 변화 (가로줄, 스푼 모양): 빈혈, 영양 결핍, 만성 질환, 손톱에 깊은 가로줄이 생기거나, 손톱 가운데가 움푹 파여 숟가락 모양(스푼형 손톱)으로 변한다면 철분 결핍성 빈혈이나 다른 만성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피부가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가려움: 갑상선 기능 저하, 당뇨병, 신장 질환, 단순 건조함이 아니라 전신적인 심한 가려움증은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신장 질환(요독증)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극심한 갈증 및 잦은 소변: 당뇨병 (Diabetes),특히 밤에 소변을 자주 보거나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혈당이 높아져 콩팥이 과도하게 수분을 배출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
달콤하거나 과일 향이 나는 구취: 당뇨병성 케톤산증, 양치질 후에도 입에서 아세톤처럼 달콤한 과일 향이 난다면,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져 발생하는 당뇨병성 케톤산증의 응급 신호일 수 있다.
걷거나 서 있을 때 발생하는 종아리 통증: 심부정맥 혈전증 (DVT) (혈전이 폐로 이동하면 폐색전증 유발 가능)
특별한 노력 없이 급격히 빠지는 체중: 갑상선 기능 항진증, 암(악성 종양), 만성 소모성 질환
그래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즉시 의료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지속성: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될 때.
변화: 갑자기 통증의 강도나 증상의 양상이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변했을 때.
동반 증상: 통증과 함께 고열, 호흡곤란, 급격한 체중 변화 등이 동반될 때.
우리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이다.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