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Pronoun Bot(@Pronoun_bot) X 캡처
트럼프 행정부의 주 방위군 파견 시도에 항의하는 포틀랜드 시민들이 ‘나체 자전거 시위’로 저항의 뜻을 밝혔다. 시민들은 비가 내린 12일 아무것도 걸치지 않거나 속옷만 입은 채 도심을 달리며 “우리 도시에 군대는 필요 없다”고 외쳤다.
AP 통신은 이날 시위는 매년 여름 열리는 ‘월드 네이키드 바이크 라이드(World Naked Bike Ride)’의 ‘비상 버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해 오리건 주에 방위군을 동원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긴급히 조직됐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자유와 풍자를 무기로, 나체 혹은 괴상한 복장으로 거리를 메웠다. 일부는 개구리나 유니콘, 바나나 모양의 탈을 썼고, 다른 이들은 헬멧 하나만 쓴 채 페달을 밟았다. 연방 요원들이 최루탄과 페퍼볼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지만, 시민들은 음악과 웃음으로 맞섰다.
한 참가자는 양말, 가발, 모자만 착용한 채 “이건 포틀랜드다운 방식의 저항”이라고 AP에 말했다. 그는 비에 젖은 몸으로 뜨거운 차를 마시며 “군대가 우리 도시에 들어오는 건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대는 자전거를 타고 이민국(ICE) 건물 앞까지 이동했다. 경찰은 “차도로 나오면 체포하겠다”며 인도 위에서만 시위를 허용했다.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리건 주에 방위군을 파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심리를 진행 중이며, 앞서 10월 5일 연방판사는 일시 중단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주최 측은 인스타그램에 “기쁨도 저항의 한 형태다.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하는 것이 곧 저항”이라며 “얼마나 옷을 입을지는 각자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비와 낮은 기온 탓에 완전 나체 참가자는 예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헬멧 하나만 쓴 채 달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포틀랜드의 나체 자전거 시위는 2004년 시작돼 매년 수천 명이 참가하는 도시의 상징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한때 1만 명 가까운 인파가 도심 도로를 메운 적도 있다. 이번 ‘비상판’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진압 정책에 대한 포틀랜드 시민들의 독특한 항의이자, 이 도시의 자유로운 정신을 다시 한번 드러낸 장면이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