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가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미국의 재정 건전성이 유럽의 대표적 고위험 국가들보다 악화된다는 의미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5년 뒤인 2030년 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143.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팬데믹 직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IMF가 올해 연말 기준으로 예상한 125%보다도 20%p(포인트) 가량 더 높다.
IMF는 또 2030년까지 미국의 재정적자가 매년 GDP의 7%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과거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에 있었던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긴축정책을 통해 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있다. IMF는 이에 따라 미국의 총부채 비율이 2000년대 초반 이후 줄곧 이탈리아와 그리스보다 낮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역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금융자산을 제외한 순부채 기준으로는 2030년에도 여전히 미국이 이탈리아보다 약 10%포인트 낮을 것으로 분석됐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조 개그넌은 “순부채 지표가 투자자 입장에서 실질적 부담을 더 잘 반영한다”며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순부채 역시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유럽보다 훨씬 큰 차입 여력을 가지고 있지만, IMF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 재정적자가 빠르게 확대됐으며,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치인과 투자자들이 유럽의 저성장을 비웃어 왔지만 이런 지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꼬집었다.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인 모리 오브스트펠드는 “미국의 재정이 지속 가능하다는 전망은 생산성 향상, 관세수입 증가, 인구구조 개선, 금리 하락 등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며 “현실적으로는 ‘희망적 사고’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