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그래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알렉세이 주라블료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일(현지 시간) 러시아 언론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오레시니크나 칼리브르 미사일을 우호국에 공급하는 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거의 모든 무기를 공급하는 핵심 군사기술 협력국”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주요 무기를 비밀리에 전달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앞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수호이 전투기 수리 및 러시아제 미사일 추가 확보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를 크게 상회하는 전략 무기를 베네수엘라에 지원할 수 있다는 언급이 러시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 것이다.
최대 사거리 5500㎞의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는 방공망 위를 비행하다가 36개 자탄으로 쪼개져 낙하하는 정밀 무기로, 패트리엇 방공 체계로는 개별 요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는 오레시니크로 유럽 전역을 1시간 내 타격할 수 있으며, 방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칼리브르는 러시아의 토마호크로 불리는 함대지 순항미사일로 사거리는 최대 2500㎞, 500㎏급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아(亞)음속 무기다. 오레시니크와 칼리브르 모두 핵탄두를 장착하면 핵무기가 된다.
지난 8월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를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벗어던진 러시아가 유럽 방면뿐 아니라 미국 쪽에도 미사일 배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는 2019년 미국 탈퇴로 INF가 소멸한 뒤에도 자국은 조약을 지켰다고 주장해오다가, 8월 벨라루스에 오레시니크를 배치한다고 발표하면서 준수 중단을 공식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4일 “우리는 오레시니크 중거리미사일을 개발, 배치하고 양산을 시작했다”며 아예 대량 생산에 착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상황에 직접 관여해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또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5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베네수엘라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으나, 협정상 양국관계는 ‘군사기술 협력’에 그치며 상호방위 조항은 없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 함께 대표적인 대(對)서방 강경파 인사로 꼽히는 주라블료프 부위원장이 자신의 역할 범위 안에서 강성 발언을 내놨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 공식 입장을 내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일 “우리는 모든 것이 평화롭게 유지되길 바라며 이 지역에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리를 둔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