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데이비 사장은 사임 이틀째인 이날 전 직원에 보낸 메시지에서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적들이 우리 대신 서사를 만들어선 안 된다”면서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BBC 보도 편향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그는 “저널리즘을 위해 분명히 입장을 밝히고 맞서야 한다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 우리는 특별하고 소중한 조직에 속해 있다”면서 “자유 언론이 압박받고 있는 것을 본다. (비판이) 무기화되는 것도 본다. 우리의 저널리즘을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가 압박받는 시대에 BBC는 그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어려운 시기에도 사회의 모범이며,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발언은 BBC 외부 자문위원이었던 마이클 프레스콧이 작성한 내부 메모가 유출된 뒤 논란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프레스콧은 메모에서 BBC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가 트럼프 대통령 연설 영상을 편집한 것은 중대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보리스 존슨, 나이절 패라지, 리즈 트러스 등 영국 보수 진영 인사들은 BBC의 정치적 편향, 수신료, 조직 구조 개편 필요성 등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쳤다.
데이비 사장은 “BBC가 실수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며, 그 책임 일부는 나에게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신뢰를 쌓아왔고 그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잡음이 심한 시기일수록 흔들리지 말고 우리 일을 해야 한다. 후임자도 충분히 그 일을 해낼 것”이라고 피력했다.
BBC 내부적으론 프레스콧의 문제 제기에 일부 공감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보수 정치권이 BBC의 편집 독립성을 흔들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존슨 전 총리 시절 BBC 이사로 임명된 로비 깁이 프레스콧의 외부 자문 임명을 압박한 과정을 주목했다.
그러나 존슨 전 총리는 “BBC를 흔들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은 완전한 헛소리”라고 일축했고, BBC 측도 깁은 프레스콧을 임명한 4인 위원회 중 한 명이자 이사회 구성원 13명 중 한 명일뿐이라고 했다.
사미르 샤 BBC 이사회 의장은 직원 전체 회의에서 “BBC 내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우익 쿠데타라는 생각은 허황된 생각”이라며 “이사회 구성원은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고, 그 자체가 조직의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리사 낸디 문화부 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연설하면서 “BBC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하면서도 BBC를 공격하는 의원들에게 “무엇이 위험에 처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BBC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동시에 “편집상의 실수에 중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BBC 자체를 향한 정치적 공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BBC는 단순한 방송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국가적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BC는 지난해 미국 대선 약 일주일 전인 10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파노라마’의 ‘트럼프 : 두 번째 기회?’ 에피소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2021년 1월 6일 연설을 짜깁기 편집해 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데이비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BBC뉴스 총괄 책임자는 지난 9일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데이비 사장은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BBC가 금요일(14일)까지 해당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공정하게 철회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