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가족은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미군 가족의 이름을 ‘한국전쟁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에 올리기 위해 수년 동안 싸워왔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테리 멈리의 할아버지인 항공정비사 로이드 스미스 주니어와 메건 마르크스의 의붓아버지 드와이트 앤젤 소위는 남중국해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한 뒤 사망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72년이 지났지만 앤젤과 스미스의 시신은 지금까지도 수습되지 않았다.
멈리는 “어머니도 그랬고, 제 증조할머니, 그러니까 그의 어머니도 그랬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신이 어디 있는지 정보를 얻기 위해 싸웠죠. 하지만 늘 어느 지점 이상은 나아갈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2022년에 문을 연 한국전쟁 추모의 벽에는, 마르크스와 멈리가 최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앤젤과 스미스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마르크스는 “벽에 이름이 없는 것은 무례한 처사입니다.”라고 말하고,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앤젤과 결혼했었다고 설명했다.

추모의 벽은 국립공원관리청이 관리한다.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기념비에 들어갈 이름을 결정하는 책임은 국방부에 있다”고 밝혔다.
할 바커와 그의 형제 테드 바커는 ‘한국전쟁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바커에 따르면, 국방부는 추모의 벽에 포함할 이름을 선정하면서 한국전쟁 전장을 지나치게 좁게 정의했다.
국방부의 한국전쟁 전사자 기준 지침은 전장을 한반도 영토와 그 주변 해역으로 제한하고 있다. 바커는 이 기준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바커는 “전쟁 초기, 특별 정찰 임무 지도가 발행됐고, 그 지도는 대만에서 러시아까지의 지역을 한국전쟁 전장의 일부로 지정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멈리와 마르크스는 자신들의 가족이 한국전쟁 중 사망한 것으로 국방부가 인정하도록 계속해서 싸워왔다.
멈리는 2024년 국방부가 보낸 메모를 검토했는데, 그 안에는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멈리는 “그들은 더는 이 문제를 당신들과 다루지 않겠다는 편지를 보냈어요. 골드스타 가족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나요?”라고 말했다.
마르크스와 멈리는 올해 초 펜타곤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최근 새로 임명된 국방부 지도부가 재검토할 의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마르크스는 “지금이 바로 움직여야 할 때예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가족들을 찾아 함께 힘을 모아, 한국전쟁 추모의 벽에 변화를 이루어내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지난 2023년 뉴욕 타임스는 당시 바커 형제들이 추모의 벽에서 1015개의 오류를 발견했다고 보도하고, 약 500명의 전사자가 명단에 빠져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는 245명이 한국 전쟁과 관련없이 사망한 이름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추모의 벽 설립과 관련해 한국 보훈처 뿐 아니라 한국과 미주 한인들이 기금을 마련해 전달한 바 있다.
<박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