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가수 이동원, 식도암 투병 중 별세…향년 70세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국민가요’로 통하는 ‘향수’를 부른 가수 이동원이 별세했다. 향년 70세.
14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지병을 앓고 있던 이동원은 이날 오전 4시께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식도암 말기 투병 중이었다.
이동원은 6·25 동란 중이던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이북이 고향이었다. 이듬해 상경해 서울에서 줄곧 살았다. 1970년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가수 경력의 전환점이 된 건 1989년 아세아레코드에서 발매한 앨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다. 수록곡 ‘향수’가 크게 히트하며 국민가요가 됐다.
시인 정지용의 동명 시에 작곡가 김희갑이 멜로디를 붙인 이 곡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선구적 만남이었다. 대중음악은 고급스런 이미지를 얻었고, 클래식은 대중화의 길을 텄다. 이동원은 당시 서울대 음대 교수인 테너 박인수를 찾아가 듀엣 취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동원은 ‘향수’ 외에도 기자 출신 김성우 시인이 쓴 시에 역시 김희갑이 곡을 붙인 ‘물나라 수국’ 등 아름다운 시어에 선율을 더한 곡들을 불렀다. 또 다른 알려진 곡으로는 ‘가을편지’ 등이 있다. 1980년~1990년대 엄혹한 시대를 거친 이들에게 위로를 안겼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경북 청도에 둥지를 틀고 개그맨 전유성과 주민으로 동고동락하며 지냈다. 전유성은 고인의 임종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원의 팬들과 지인들은 암투병 중인 이동원을 위해 오는 22일 서울 청담동에서 음악회 ‘아모따’를 열 예정이었다. 이동원이 세상을 떠남에 따라, 추모 음악회로 치러친다. 조영남, 김도향, 임희숙, 윤형주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유족으로 아내 등을 남겼다. 빈소는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 15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6일 오전 11시30분, 장지는 일산 청아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