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얼굴을 원숭이에 합성한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가 12시간 만에 삭제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과를 거부하며 영상을 끝까지 보지 않아 몰랐다고 해명했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워싱턴에서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문제 영상으로 공화당에서도 사과 요구가 터져 나온다’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나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앞부분만 보고 SNS 관리 직원에게 넘겨줬다고 해명했다. 그는 “누군가 실수를 했고 매우 작은 부분을 놓쳤다”고 전했다.
이어 “(영상 초반부는) 선거 조작 관련해 매우 강한 메시지를 담은 게시물이었다”며 “후반부에 논란 내용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만약 제대로 봤다면 알았을 것이고, 아마 그 게시글을 삭제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11시44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1분짜리 동영상을 게재했는데, 영상 말미 돌연 오바마 전 부부의 얼굴이 등장한다.
원숭이 몸에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의 활짝 미소짓는 얼굴이 합성돼 있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해 재선에 실패한 후 선거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해당 영상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선거 조작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연상케 한다.
그는 이날 ‘영상 속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비난하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비난한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이 향후 유권자 사이 공화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러분들이 오랫동안 겪어온 대통령 중 가장 인종차별적이지 않은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희화화한 영상을 직접 공유한 것 자체도 논란이지만,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원숭이와 합성한 점이 거센 비판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흑인을 원숭이에 빗대는 것은 노예제도 시기 흔히 사용되온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서구사회에서는 일종의 금기로 평가된다.
이에 영상은 상원 내 유일한 흑인인 팀 스콧 공화당 의원 등 초당적인 비난 여론에 부딪히며 12시간 만에 삭제됐다.
다만 논란 초기 백악관이 과도한 반응이라고 평가한 것을 고려하면, 직원 실수라기보다는 여론 악화에 따른 삭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정글의 왕으로, 민주당 정치인들을 라이언킹 캐릭터로 묘사한 인터넷 밈 영상”이라며 “가짜 분노는 그만두고 미국 국민들에게 실제로 중요한 일들을 보도해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