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추진한 백악관 연회장 건설을 중단하라는 연방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즉시 미국 대법원에 항소할 것”이라며 “이 부당한 결정은 대법원에서 전면 뒤집혀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이날 2대 1로 연방지방법원의 기존 결정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가 백악관 연회장 건설을 명시적으로 승인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패트리샤 밀렛 판사와 브래들리 가르시아 판사는 다수의견에서 “각 대통령은 백악관과 대통령 관저의 임시 세입자일 뿐, 소유자가 아니다”며 백악관 부지의 중대한 변경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강조했다.
두 판사는 백악관이 대법원에 항소할 수 있도록 14일간 판결의 효력을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가 게시물을 통해 “우리는 세입자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의회의 허가 없이도 백악관 부지를 보수, 개조, 보안, 보호 및 미화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백악관 연회장 건설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4억 달러(5644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사업에 민간 기부금을 활용해 납세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민간 자금으로 사업비를 조달한다고 해서 백악관 부지에 대한 중대한 변경에 필요한 의회의 승인 절차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400㎡ 규모의 연회장 증축 계획을 발표한 뒤 백악관 동관을 철거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들이 대규모 행사와 VIP 접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며, 연회장 건설이 대통령 경호와 국가안보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사업 규모와 비용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약 4억 달러로 제시된 사업비는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 한 계약업체가 올해 초 자체적으로 추산한 금액이 6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납세자가 부담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부자들에게 어떤 약속을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사업비와 공사 범위, 자금 조달 방식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내셔널 트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관 철거에 앞서 필요한 역사적 보존 검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며, 백악관 부지에 대한 중대한 변경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법원 다수의견은 내셔널 트러스트의 소송 자격도 인정했다. 밀렛 판사와 가르시아 판사는 대통령이 의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국가적 랜드마크를 변경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헌법 질서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네오미 라오 판사는 반대 의견을 냈다. 라오 판사는 연회장 건설과 관련한 건축 및 보안 문제는 법원보다 비밀경호국과 군 당국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행정부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다만 다수의견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백악관 지하 작업 및 일부 건설은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회장 건설을 자신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며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 이전에 이곳에서 행사를 열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번 항소가 받아들여질 경우 공사를 재개할 수 있지만,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