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한꺼번에 체포되면서 한미 간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던 조지아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이민단속 사태가 1년을 맞은 가운데, 당시 단속의 적법성과 연방 요원들의 과잉진압 여부를 따지는 미국 정부 상대 법적 대응이 본격화됐다.
현지 방송 WTOC와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 애틀랜타(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Atlanta)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4일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체포됐던 근로자 가운데 한 명인 알프레도 파하르도 멜가레호가 단속 1주년인 지난 4일 연방불법행위청구법(FTCA)에 따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청구를 제기했다.
FTCA 청구는 연방 공무원의 불법 또는 과실 행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연방정부에 배상을 요구하는 절차다. 일정한 행정 절차를 거친 뒤 연방법원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번 청구는 당시 대규모 단속을 둘러싼 정부 책임을 본격적으로 묻는 법적 절차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멜가레호 측은 당시 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작업 공간의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와 총을 겨눈 채 자신을 제압했으며, 저항하거나 도주하지 않았는데도 목을 조르고 거칠게 다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합법적인 체류 신분과 유효한 취업허가서를 요원들에게 제시했지만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 조지아주 포크스턴 ICE 구금시설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7개월 이상 포크스턴에 구금됐고 루이지애나의 교정시설로 옮겨져 추가로 약 한 달간 수감된 뒤 올해 5월께 추방됐다는 것이 법률대리인 측 설명이다.
멜가레호 측은 단속 과정에서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최초 11일 동안 가족에게 전화조차 하지 못해 가족들이 그가 사망한 것으로 생각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적 대응은 지난해 단속 직후부터 제기돼 온 ‘무차별 체포’와 과잉진압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2025년 9월 4일 국토안보수사국(HSI)을 중심으로 한 연방 합동단속팀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모두 475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317명에 달했다. 대부분은 일주일가량 구금된 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협상을 거쳐 풀려났으며, 316명의 한국인이 전세기를 타고 귀국했다. 당시 이들은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모습이 공개되면서 한국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단속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당시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들을 상대로 한 형사 기소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WTOC는 미 법무부(DOJ) 대변인이 “관련 사건에서 기소된 곳은 없다”고 확인했으며 연방법원 기록상 해당 사건도 종결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당시 연방 당국은 직원 고용자격 확인 서류와 컴퓨터, 저장장치 등을 대거 압수했다.
이에 따라 ‘475명을 체포할 정도로 대규모 작전을 벌였지만 정작 불법 고용을 했다는 기업에 대한 기소는 왜 없었느냐’는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단속 자체가 지나치게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지역매체 WABE는 당시 현장 주변에 헬리콥터와 군용 차량처럼 보이는 장비가 동원됐으며 근로자들이 수갑과 족쇄를 찬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고 전했다. 현지 한인 관계자는 단속 직후 공장 주차장에 근로자들이 남겨둔 차량 수백 대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쟁터가 지나간 뒤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집단 법적 대응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당시 구금됐던 한국인 기술자 약 200명이 불법 구금과 인권침해, 과잉진압 등을 문제 삼아 ICE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특히 단속 당시 적법한 비자나 취업 관련 신분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들까지 현장에서 일괄적으로 체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향후 법적 절차에서는 개별 근로자에 대한 체포 근거와 영장 집행 범위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공장 건설은 이후 재개돼 올해 초 완료됐으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와 배터리 생산시설은 현재 정상 가동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년 전의 대규모 단속이 남긴 후유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형사 수사는 기소 없이 사실상 막을 내린 반면, 이제는 당시 체포와 구금 과정에서 연방정부가 법을 지켰는지를 따지는 민사상 책임 공방이 시작되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