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백신 격차가 극명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구축한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 결과 세계 인구의 54%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62%에 가까운 사람들은 적어도 1회 이상의 백신을 맞았다.
반면 저소득 국가는 백신을 1번이라도 맞은 인구가 11%에 못 미쳤다. 중하위 소득 국가의 1회 접종률은 약 55%, 중상위 및 고소득 국가는 80%인 것을 감안하면 불평등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 등은 초기 글로벌 백신 공급 물량의 대부분을 사들이며 비판받았다.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착수했을 때 선진국들은 선 주문을 넣어 국민 1명 당 3회가량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이후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추가접종을 명목으로 다시 ‘백신 사재기’에 몰두했고, 중저소득국과의 백신 접종률 간극을 넓혔다.
WHO가 주도하는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COVAX)의 백신 공급 물량은 10억 회분을 넘겼지만 처음 목표에는 한참 못 미쳤다. 코백스 측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20억 회분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9월에는 연말까지 개도국에 14억2천500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수정치를 내놓기도 했는데, 그보다도 부족했다.
더 비싼 가격에 백신을 구매해 비축하려고 하는 부국들과 코백스가 물량 확보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있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WHO는 지난달 거의 90개국이 2021년 말 보건당국의 국가예방접종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아프카 지역에 해당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94억 회분 이상의 백신이 접종됐지만 아프리카에서는 85% 이상이 한차례도 맞지 못했다”면서 백신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백신 공급, 백신 지적재산권(지재권) 면제를 통해 중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코로나19 종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결국 논의에만 그치고 있다.
저개발국 코로나19 극복 지원 기금 모금액수가 현저히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오는 9월까지 234억달러(약 27조원)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모인 금액은 8억 달러에 불과하다.
전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으로 백신과 검진키트, 치료제의 공평한 분배가 더 시급해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과학은 우리에게 코로나19를 퇴치할 도구를 주었다”며 “우리가 연대해 이것들을 전세계적으로 공유하면 코로나19의 글로벌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올해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극복할 기회가 있지만,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며 “팬데믹을 끝내기 위해 모두의 백신 접종을 보장하려면 먼저 이 시스템에 공정성을 주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불평등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도덕적 실패”라며 “사람들과 각국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