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 문학의 거장 ‘그들의 말 혹은 침묵’
프랑스 현대 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의 초기 장편 소설 ‘그들의 말 혹은 침묵’(민음사)이 출간됐다.
독보적 문체와, 사회적 영역과 개인적 체험을 가로지르는 대담한 주제 의식으로 전 세계적 명성을 구가하고 있는 작가는 ‘단순한 열정’, ‘탐닉’, ‘남자의 자리’, ‘한 여자’, ‘부끄러움’, ‘세월’ 등으로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과 2016년 스트레가 유럽 문학상을 석권했고 2019년 맨부커 국제상 최종심에도 올랐다. 2021년 그간의 문학적 성취에 힘입어 노벨 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점쳐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소설 ‘그들의 말 혹은 침묵’은 작가의 초기작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인 글쓰기와 문체를 선보인 독특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여성과 노동자 계급 출신이란 자신의 조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즉 문학을 통해 이 두 가지 지위 즉, 계급과 성이 사회적 규범 속에서 어떠한 역학 관계를 가지고 표리부동하게 작동하는지를 잔인할 정도로 신랄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고 조형해 내는 말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작가의 글은 이른바 ‘칼 같은 글쓰기’, 밋밋한(평평한) 글쓰기’라는 독특한 음성, 스타일이 있다.
작가의 독창적 문체는 주제 의식인 자신의 계급과 성 정체성과 결부되어 있다. 이 작품의 화자, 즉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사춘기 소녀 ‘안’의 이야기는 비속어, 은어, 준말 등 딱 그 시기의 언어와 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