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군사작전에 대해 내부 인사들에게 이례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고 미 정보당국이 밝혔다.
1일 NBC 뉴스는 전·현직 미 관리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진격 움직임이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에 직면하면서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고 러시아에 대해 전례 없는 경제 제재가 내려지자 측근들을 맹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전직 정보 장교는 이 매체에 푸틴은 보통 감정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그는 더 이상 2008년 때와 같은 냉혈하고 맑은 눈을 가진 독재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잘못된 계산이었다. 그는 전에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돌이켰다.
서방의 한 외교관은 푸틴 대통령이 점점 더 고립되고 잘못된 정보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외교관은 “주요 관심사는 그가 얻고 있는 정보와 얼마나 고립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고립은 정말 큰 걱정거리”라며 “우리는 그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항전에 러시아군의 진출 속도가 느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화력을 총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제2도시 하르키우 등에 집중 포화를 쏟아 부었지만, 손쉽게 점령하지는 못한 상태다.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군의 결사항전에 진군 속도가 늦춰지면서 속전속결로 전쟁을 마무리 지으려던 러시아의 초기 전략은 이미 실패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에게 러시아군이 현재 키예프 도심에서 약 25㎞ 외곽에 위치해 있다면서 이는 전날보다 5㎞가량 더 가까이 진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리는 러시아 침략군이 연료와 기타 보급품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이것이 키예프에 대한 주요 진격이 수렁에 빠진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도 “러시아군은 병참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저항으로 고통 받으며 계획했던 대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군도 다수 사망하고 포로로 잡혔다”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조바심을 느낀 러시아가 더욱 공격적으로 될 것이란 게 미국 판단이다.
미 국방 당국은 러시아군이 군사시설을 겨냥했던 전략을 민간의 인적·물적 피해를 증가시키는 이른바 ‘포위 전술’로 바꿀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병원과 학교 등이 러시아의 포격으로 어린이 등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국방부도 군사 정보 업데이트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의 키예프 진격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은 키예프 북쪽과 하르키우와 체르니히브 인근에서 포병 사용을 늘렸다”며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 중포를 사용하면 민간인 사상자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공을 장악하지 못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야간 작전으로 전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는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어 피해를 키우는 집속탄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차장을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러시아 대사는 “실패한 침공이 아니라 확실히 흔들리고 있는 침공”이라며 “민간인 지역에 대한 폭격과 포격을 통해 키예프와 다른 도시를 무차별 공격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러시아가 1999년과 2000년의 제2차 체첸 전쟁에서 접근한 방식이었다”며 “다음 단계는 체첸과 시리아에서 본 초토화 전술일 수 있으며, 이는 훨씬 더 많은 죽음과 파괴를 의미할 것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