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마약범죄 담당 검사 마르셀로 페치(45)가 콜롬비아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던 도중 해변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도주했으나 담당했던 마약 범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페치는 지난 9일 콜롬비아 카리브해 연안의 섬 바루에서 그의 아내 클라우디아 아길레라와 함께 신혼여행 마지막 날을 즐기던 도중 살해됐다.
지날달 30일 결혼식을 올린지 한달도 되지 않아서 숨을 거둔 것이다. 사건이 있기 불과 2시간 전, 아길레라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임신 소식을 알려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파라과이 경찰, 미국 마약단속국(DEA), 그리고 미연방수사국(FBI)까지 함께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아길레라는 엘티엠포 신문에 남편이 살해당한 당일 아침 함께 데카메론 호텔 해변에서 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2명의 남자가 작은 보트를 타고 다가왔고, 그중 한 명이 내려 아무 말 없이 남편을 두 번 쐈다. 하나는 그의 얼굴을, 다른 총알은 그의 등을 맞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잘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페치는 그의 고향 파라과이에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모았던 조직범죄, 부정부패, 자금 세탁 사건 등을 맡았던 검사다.
파라과이 언론에 따르면 그는 코카인 밀매와 자금 세탁에 대한 파라과이 역사상 가장 큰 작전에도 투입됐다. 그는 이 작전의 중심에서 콜롬비아와 볼리비아에서 코카인을 생산해 파라과이를 거쳐 유럽으로 밀반입하는 조직을 해체시켰다.
또한 올해 초 한 콘서트에서 마약 밀매자와 축구선수의 아내가 살해된 사건을 포함해 파라과이에서 여러 유명한 사건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미국 국제 마약 및 법 집행 사무국은 “자금 세탁, 마약 밀매, 부정부패 등 조직적 범죄와 싸워 심판하려 했던 페치의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콜롬비아 경찰은 그의 죽음이 그가 파라과이에서 맡았던 유명한 범죄와의 전쟁 중 일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 총기를 소지한 인물들이 호텔을 찾아 살핀 장면을 호텔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용의자의 사진과 몽타주를 공개해 50만 달러(약 6억40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공개 수배에 들어갔다.
콜롬비아 호르헤 바르가스 경찰서장은 “미국과 파라과이 수사관들의 도움을 받아 콜롬비아 보안국이 페치 암살 명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추적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배후에 조직화된 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페치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길레라는 그동안 어떠한 살해 위협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페치의 친구인 세바스티안 아차 전 하원의원은 ABC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페치의 결혼식 당일 번호판이 없는 검은색 SUV 차량이 페치의 차량을 가로채려 했으나 당시 운전하던 경호원에 의해 저지당했다고 진술했다.
페치는 파라과이에선 경호원을 두고 있었지만 신혼 여행중인 콜롬비아에선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파라과이 검찰 협회 부회장인 벨린다 보바딜라 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조직적인 범죄 단체, 마약 밀매자들이 이런 유형의 범죄를 수사하는 검사들에게 보복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진실한 수사를 하는 사람들도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미 전역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