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6일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발생한 폭동에 대한 하원의 청문회가 9일 본격 시작됐다.
쟁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로, 특위는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쿠데타 시도였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청문회 직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거세게 비판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행동이었다”고 강조하며 정면 충돌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하원 ‘1.6 조사 특별위원회’의 공개 청문회가 열렸다.
‘황금시간대’에 열린 이번 청문회는 CNN·NBC·ABC·CBS 등 대부분의 방송사가 특별 편성해 2시간여 동안 생중계했다.
이날 청문회는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측이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조사특위의 위원장을 맡은 베니 톰슨 의원(민주·미시시피)은 개회사에서 “지난해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한 전례 없는 음모가 진행됐다”면서 “이 음모의 중심에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6 폭동은 쿠데타 시도의 정점”이었다고 비판했다.
조사특위의 부위원장인 공화당의 리즈 체니 의원(와이오밍)도 폭동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언급하며 “그는 공격을 비난하지 않는 대신 그것을 정당화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화당 일부는 “폭동은 좌파 시위대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소요를 벌이는 장면이 담긴 영상들이 상영됐다. 군중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주로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과 당시 장관 등의 증언도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이들은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론이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은 영상에서 “나는 내가 대통령에게 헛소리라고 했던, 선거가 도둑을 맞았다는 주장을 밀고 나가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도 1″나는 바 장관을 존경했다”면서 “그래서 (대선은 사기가 아니라는)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두 전·현직 대통령은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의회 난입 사태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행동”이라는 글을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당시 이 사람들은 법을 어기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했다”며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폭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시위대가 의회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을 막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폭동을 선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지난해 9월 특위를 구성해 폭동 발생 경위와 책임 소재 등을 조사했다. 그동안 1000명 이상의 증인을 인터뷰하고 14만건 이상의 문서를 확보했다.
1·6 특위는 오는 13일 두번째 청문회를 여는 등 오는 9월까지 청문회를 개최해 그간의 조사결과를 차례로 공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