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이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포괄적인 법안에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1일 보도했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법(Protecting Our Kids Act)’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총기규제법안으로 입법이 완료되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연방 차원의 총기 규제안이 마련된다.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 머피 등 민주당 상원의원 10명과 존 코닌 등 공화당 상원의원 10명으로 구성된 상원 협상단은 이날 총기규제법안에 대해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우리의 법안은 생명을 구할 것이며 법을 준수하는 미국 수정헌법 2조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광범위한 초당적 지지를 얻고 우리의 상식적인 법안을 법으로 통과시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12일 총기 안전 조치를 위한 9가지 초당적 규제 조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른바 ‘남자친구 루프홀(허점)’ 문제 등에 대한 이견으로 구체적인 조문 협상이 막판 난항을 겪었다.
현행법은 가정폭력으로 유죄판결을 받거나 가정폭력 금지명령 대상자는 총기를 살 수 없도록 정하고 있지만 이는 기혼자나 동거인, 자녀가 있는 경우 등에만 적용된다. 상원은 총기규제 대상을 남자친구를 포함한 ‘가까운 파트너'(intimate partner)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간 이견을 보였다.
데이트 상대인 가정폭력 전과자도 총기 구매 금지 대상에 포함하기로 합의했지만 데이트 상대로 규정할 수 있는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지와 함께 일정 시점이 지난 뒤에는 총기 구매 권리를 회복시켜주는 문제 등이 쟁점으로 남았다.
결과적으로 상원 협상단은 총기규제 대상에 데이트 상대를 포함시키기로 합의했으며 대신 법령에 따라 총기 접근이 제한되는 사람이 5년간 다른 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으면 총기 권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합의안에는 레드플래그(Red Flag·적기)법을 시행하는 주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레드플래그 법은 위험인물로 지목된 사람의 총기를 몰수하도록 법원에 청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레드플래그법은 현재 워싱턴과 19개 주에 시행 중인데 합의안은 이 법의 시행을 촉진하고 다른 주도 유사한 법안을 채택하도록 독려하는 내용이다.
총기를 구매하는 18∼21세의 신원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 기록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공격용 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공격용 소총 구매 연령 21세 상향, 보편적인 신원조회 등은 이번 합의안에서 빠졌다. 그러나 공화당의 강경한 반대로 번번이 입법에 실패해 왔던 기존 협상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 정신 건강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한 원격 건강 프로그램과 학교 안전과 훈련을 위한 예산 지원, 그리고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정신 건강 프로그램 등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안은 공화당 의원 10명이 서명하면서 상원 통과 가능성도 커졌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무력화하기 위해선 찬성 60표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한 상태다.
상원은 이번 주에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하원은 이 법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표결에 부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