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동남아시아 순방 전용기 탑승 동행 언론사에 MBC만 배제 통지를 한 것에 대한 여야 설전이 뜨겁다. 여권에선 옹호론을 펼친 반면 야권에선 언론 탄압이라며 맹비난했다.
◆대통령실 “국익”, 여권에선 “거부 자유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국익과 편파·왜곡 보도 주장과 함께 MBC에 대한 탑승 배제 통보 당위를 주장했다. 여권에서도 비슷한 결의 목소리를 연이어 내놓았다.
먼저 윤 대통령은 “많은 국민 세금을 써가면서 해외 순방을 하는 건 중요 국익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기자들에게도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취재 편의를 일부 제공하지 않는 것이지, 취재 제한은 아니다”라며 “검증과 개선 시간이 충분했는데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기다려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서도 대통령실 통보에 대한 옹호 목소리가 쏟아졌다. 먼저 MBC 출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숱한 왜곡, 편파 방송을 시정하고 재발 방지 요청을 일관되게 묵살해 온 MBC 측에 정부가 고심 끝에 응답한 것”이라고 했다.
또 전용기 탑승에 대해 “언론사들과 합의에 기반한 최소한의 신뢰와 존중으로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지, 언론사 타이틀을 달았다고 받는 당연한 좌석은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 통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다른 언론에 피해를 줄 수 있고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김대중 대통령 시절엔 청와대 출입기자들 출입을 금지시킨 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선 기자실을 대못질한 사례가 있다”며 “이런 게 언론 탄압이고 통제”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취재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면서 “취재 당하는 입장에선 악성 왜곡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대해선 유일한 대항 수단으로 취재 거부 자유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취재를 거부하냐 안 하냐는 받은 상대방이 결정한다”며 “기자단 결정에 취재를 받는 기관이 구애받고 구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보적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안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하태경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조치 자체엔 공감하면서도 통보가 갑자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선 “언론 자유 훼손, 탄압” 맹비난
야권에선 언론 탄압 등 부당함을 지적하는 비난이 이어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전용기에서의 대통령 행위는 당연히 취재 대상이며 공간”이라고 밝혔다.
또 “취재 공간에 출입을 금지한 건 명백한 보도 자유 침해이고 헌법상 언론 자유 침해”라며 “MBC만의 문제가 아닌, 언론사 전체를 상대로 언론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지난 순방에 민간인인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인까지 전용기에 태웠다. 그러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동행하는 언론인은 안 된다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국회 과방위원장은 “대통령은 개인 사람이 아닌 대한민국의 가장 큰 권력기관”이라며 “외교 현장, 공무가 수행되는 자리인데 전용기 공간에 들어오지 말란 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민정 의원은 “언론 탄압을 대놓고 하는 행위이고 정권 나팔수로 길들이겠단 굉장히 비열한 행위”라며 “나토 순방 때 민간인 수행원은 항공료, 숙박료를 세금으로 펑펑 썼다. 기자들은 다 돈 내고 가는 거 알지 않느냐”고 규탄했다.
민주당 차원의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익을 해치는 장본인은 윤 대통령”이라며 “언론이 순방에 동행하는 건 순방 외교 감시를 위한 것이고 그런 언론 자유를 보호하는 게 대통령 역할”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 전용기는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라며 “사기업도 사주 맘대로 운영하지 않는다. 하물며 국가를 대통령 맘대로 운영하겠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규탄 행렬에 가세했다. 이정미 대표는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치졸한 보복 행정이자 언론 탄압”이라며 “해외 순방마다 발생하는 여러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언론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위선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현 정부의 현실 인식도 언론관도 가관”이라며 “대통령실 논리대로면 앞으로 언론 취재 내용에 대해 정권 검열을 받으란 건데 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 통보에 대해 MBC는 “새로운 형태의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대통령실 중앙기자실 풀기자단 또한 철회를 요구하면서 “일방적 통보로 이뤄지는 모든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