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도 아직은 한국의 자체 핵개발 등은 이치에 안 맞는다는 전직 미국 외교안보 당국자 지적이 나왔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온라인 대담에서 “미국 핵무기를 한국 땅에 두거나 한국이 자체 핵역량을 개발하는 게 타당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초부터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파기, 7차 핵실험 전망이 이어지며 일각에서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비롯해 자체 핵개발론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는 이런 한국 여론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전술핵 재배치를 냉전 시대의 행위로 규정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 양국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 역량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 제거를 위한 진지한 외교에 임하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확장억제는 기본적으로 동맹을 수호하기 위해 개입하고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미국의 약속”이라며 미국 핵 사용도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장거리 재래식 무기와 로켓으로 서울에 큰 해를 입힐 수는 있다”라면서도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첨단 군사 설비 면에서 북한을 능가했다”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의 핵 전력은 북한 핵 전력보다 훨씬 우월하다”라고도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김정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국방·외교정책 이익과 야망을 추구하려 어떤 위험을 감수할지는 모른다”라면서도 “한국을 공격한다면 자살이고, 정권의 종말이자 그와 사랑스러운 딸을 포함한 가족의 생이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내에서 미국 핵우산 등에 관한 신뢰가 감소한 이유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들었다. 당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고 손익 기반 동맹관을 내보이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이 미국 안보 공약에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이런 상황을 일부 복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오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가능성 등 불확실성을 거론, 한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이 여전히 선택지를 고민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계속되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전망은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북한이 아직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중국의 영향력을 한가지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중대산 지점에 도달했다”라며 “외교에 대한 전망은 없다”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안보 약속의 신뢰성이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