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시국( Vatican City State)에는 르네상스풍의 주황색, 노랑색, 파랑색, 빨간색의 화려한 복장에 타조 깃털을 꽂은 제복을 입고 교황청의 치안과 교황의 안전을 지키는 근위대가 있다. 세간에서는 이 칼러풀한 복장이 미켈란젤로와 라파엘의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다만 설에 불과하고 당시 일반적인 시대적 세풍이라한다.
아무튼 이들은 전과가 없는 미혼 남성으로 19~30세 나이에 신장이 최소 174cm이상의 가톨릭 신자로 스위스 국적을 자격조건으로 한다. 박봉임에도 치열한 지원 경쟁에서 선발된 후 칼과 창은 물론 권총 등의 현대 무기와 테러 진압 등의 훈련을 거친 만큼 근위대의 자부심과 명예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헌데 이탈리아에 있는 교황청의 경비를 왜 스위스 근위대가 맡게 된 걸까? 아시다시피 스위스는 건국의 아버지 빌헬름 텔, 초콜릿, 치즈, 고급 시계와 고객의 개인 비밀을 보호해 주는 세계은행 등으로 명성이 높은 국가다.
하지만 스위스가 오늘의 부강한 국가로 되기에는 용병들의 힘이 컸다. 자원이라고는 전혀없는 스위스의 젊은이들은 전쟁터로 돈벌이에 나섰다. 일반적 용병들과 달리 이들은 어느 나라로 파견되든 한 번 고용된 이상 무조건 그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워 계약을 죽어도 지키킨다는 용맹과 신의로 그 이름을 드높였다.
그러던 중 16세기 초 바티칸이 신성로마제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맞서 싸우다 189명의 근위병 중 147명이 전사하고 불과 나머지 40여명의 근위병이 교황을 끝까지 호위해 충성심을 인정받게 되면서 로마 교황청 수비를 맡게 되는 전통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나폴레옹 군대가 로마를 침략했을 때도 용맹하게 싸우다 대부분 전사했으며, 히틀러가 로마에 진격했을 때에도 독일군들의 바티칸 진입을 죽음으로써 막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용맹과 신의의 용병들의 몸값은 스위스의 주요 수입원이 되어 오늘의 부강한 나라로 되는 바탕이 되었다. 동시에 이런 신뢰는 스위스 은행업을 키우는 자본이 되기도 했다. 용병들은 목숨걸고 벌었던 돈을 조국의 은행에 맡겼고 이들의 돈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스위스 은행들의 신뢰를 쌓게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처럼 스위스를 최고로 만든 모든 산업의 바탕에는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신뢰의 힘 덕분에 오늘날에도 스위스에서는 세계 각국 분쟁의 중재와 비밀회담이 끊임없이 열리기도 하는 이유다.
헌데 로마 바티칸의 스위스 용병처럼 절대 배신하지 않고 비밀을 지키는 신뢰의 상징이었던 스위스 은행의 안전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스위스금융그룹(UBS)와 함께 167년간 스위스 양대 은행으로 군림해온 크레딧스위스 (CS)의 위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스위스 제1 은행 UBS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가 정부의 구제금융 덕에 겨우 회생한 적이 있지만 이번엔 실리콘밸리은행 (SVB) 파산 사태로 말미암아 5,700억달러 자산을 가진 스위스 제2 은행 CS가 곤경에 처하고 있는 거다.
SVB의 7배의 운용자산을 갖고 있는 CS가 무너지면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맞는다는 악몽의 시나리오도 퍼지면서 UBS가 인수하는 길로 접어들고 있다. CS의 불행은 불가리아 마약상의 비자금을 세탁해준 게 들통나면서 시작됐다. 결국 CS의 위기는 신뢰의 추락에서 비롯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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