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왕 히에로 2세는 순금으로 왕관을 만들라고 금 세공사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순금으로만 만들어졌는지 하는 소문에 의문이 들자 당대의 수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에게 진위 여부를 판단하게 했다.
해결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어느 날 목욕탕 욕조에 몸을 담그자 물이 흘러 넘치는 것을 보고는 번뜩 생각이 떠오름에 놀라 기쁜 나머지 옷도 입지 않은 채 뛰쳐나가면서 소리쳤다. ‘에우레카 (eureka)!’ 영어식으로 ‘유레카!’ ‘알았다’는 말이다.
서로 다른 물질은 무게가 같더라도 부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은(銀)이 섞인 왕관과 순금 왕관에 따라 넘치는 물의 양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해 은(銀)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거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다. 영리를 취하기 위한 눈속임으로 잘 알려지기도 한 이 이야기는 아직도 사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아무튼 부정직한 장사꾼의 소행을 대변하는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조선 시대에도 쌀을 재는 됫박의 바닥에 두터운 나무 판을 깔아 쌀의 양을 줄여 팔거나 ‘자’의 눈금을 속이는 등 그 방법이야 말할 수 없이 많지만 그 대표적인 속임수에 저울이 있다.
조그마한 접시 모양의 금속판 옆구리에 줄을 끼워 위로 모아 잣대 앞 부분에 묶어 고정하고 팔고자 하는 물건을 금속 판 위에 올린 후 잣대 뒷부분에 추를 달아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
헌데 부정한 장사꾼들은 잣대 속에 구멍을 파 쇠구슬을 넣어 앞 뒤로 굴러 다니게 했다. 그런 다음 물건을 팔 때는 쇠구슬을 잣대의 머리 쪽에 오게 해 그 무게만큼 속여 비싸게 팔고 살 때는 반대로 쇠구슬이 뒤로 옮겨지게 해 원래보다 무게를 줄여서 싸게 사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암행어사 박문수는 이러한 장사꾼들을 감시하기 위해 마패와 함께 ‘자’도 갖고 다녔다고 한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수년 전 한국에서 과자 시장에 과대 포장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었다. 과자가 부서지거나 산화로 인한 변질을 막기 위해서 포장지 안에 질소를 주입하는데, 과자량에 비해 포장지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값을 올리지 않는 대신 과자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이처럼 상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의 크기나 수량, 무게 등을 줄임으로써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것을 ‘쉬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하는데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줄어들다’는 뜻의 ‘쉬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 (inflation)’을 합성해 만든 말이다.
기업은 이 방법으로 상품 판매량은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해 수익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근자에 코비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재료 가격 급등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몰래 떠넘기고 있다는 것인데 소비자들이 대부분 가격엔 민감하지만 용량까지는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한 꼼수다.
헌데 이 쉬링크플레이션이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 중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한 상자에 65장 들었던 소형 크리넥스 티슈가 60장으로 줄었는가 하면, 영국 네슬레는 아메리카노 커피 캡슐 용량을 100g에서 90g으로 축소했다. 또 인도의 세제 업체는 주방용 비누를 155g에서 135g으로 줄인 것 외에도 음료수의 양, 심지어는 점점 얇아지는 화장실 종이 등 수없이 많은 상품들이 다양한 제품군에서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들이 상품, 서비스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올리면서 물가난을 가중하고 있다는 ‘그리드플레이션’ (Greedflation· 탐욕에 의한 인플레) 주장도 한몫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소비자들만 멍들고 있는 거다.
조선시대 유통경제의 한 축을 맡았던 보부상 윤리 규범 중에 이런 계명이 있다. 물망언(勿妄言- 속이지 말 것), 물패행(勿悖行- 그릇된 행동으로 이익을 취하지 말 것)이다.
또한 성서 잠언 11장 1절은 ‘속이는 저울은 야훼께서 미워하시나 공평한 추는 기뻐하시느니라’ 이다. 여기서 ‘미워하다’라는 말은 ‘토에바(to’ebah)’ 라는 단어로 ‘구역질난다’ 혹은 ‘가증스럽다’는 뜻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