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는 단순히 난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주도하는 호르몬 쇼다.”
신간 브레인 리스타트(부제: 여성 호르몬이 바꾸는 뇌 건강의 비밀)이 출간됐다.
저자 리사 모스코니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갱년기 뇌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그는 갱년기가 쇠퇴의 시기가 아닌, 오히려 삶의 전환점이자 뇌의 리모델링을 통해 도달하는 ‘두 번째 성숙의 기회’임을 강조한다. 최첨단 뇌 영상 연구와 수많은 임상 경험을 토대로 에스트로겐과 뇌의 상호작용, 뇌 에너지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갱년기가 뇌를 변화시킴을 밝힌다.
“30~60세의 많은 여성이 어느 날 아침, 영문도 모른 채 혼란스러운 하루를 맞이한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식은땀을 흘리거나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멍하고 불안감이 몰려오는 등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상한 변화들이 거센 파도처럼 몰아친다. (중략) 이런 변화는 누구라도 자신의 상태를 되짚게 만들고, 건강에 대한 걱정은 물론, 내가 정말 제대로 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지조차 불안하게 만든다.” (24~25쪽, 1장 ‘당신은 미치지 않았다’)
“서구 의학은 몸을 전체적으로 보기보다는 부분적으로 나누어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심장 문제 때문에 눈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환자는 각각 심장내과와 안과를 따로 방문해야 한다. 이런 지나친 분화 때문에 갱년기는 단순히 ‘난소의 문제’로 치부되어 산부인과 영역에 국한되어버렸다.” (29쪽, 1장 ‘당신은 미치지 않았다’)
이 책은 갱년기 증상이 단순히 난소 기능의 중단 때문이 아니라 호르몬에 영향받은 뇌의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여성 호르몬은 사춘기, 임신, 갱년기와 같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뇌 기능에 깊이 관여해 신경학적, 정신적 능력의 발달을 촉진한다. 신경학적 관점에서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는 갱년기 동안 안정적으로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갱년기 이후 뇌가 재설계됨에 따라 여성들이 이전보다 더 자신감을 얻고, 평화를 누리며, 공감 능력이 향상된다고 강조한다. 감정적 통제력이 강화돼 부정적이거나 속상한 일에도 덜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서적 안정감이 커지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갱년기를 겪은 여성들은 최고의 공감 능력자라고 한다. (중략) 이런 능력은 손주를 돌볼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임신 중에 일어나는 뇌의 변화가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 돌보는 역할을 맡을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할머니들의 뇌 스캔을 통해 이 이론을 검증했다.” (148~149쪽, 7장 ‘우리가 몰랐던 갱년기의 반전’)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진화론적 관점에서 ‘폐경이 오히려 인류가 오늘날 오래 살게 된 이유일 수 있다’는 ‘할머니 가설’을 제시하며 갱년기를 재조명한다. 할머니들이 자기 자식을 양육하는 의무가 끝난 이후에도 손자를 돌봄으로써 인류 존속에 크게 기여했음을 강조한다. 폐경 이후까지 사는 범고래 연구는 할머니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는 특히 갱년기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타인의 생각과 의도를 감지하는 능력(마음 이론)과 배려하는 능력(공감)에서 나온다.
저자는 갱년기를 자신을 돌보는 시기로 활용하면, 새롭고 향상된 뇌로 활기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호르몬 대체 요법과 비호르몬 요법, 올바른 영양소 섭취와 생활 습관, 긍정 마인드 훈련 등 건강한 갱년기를 위한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