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소비자 물가가 관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다시 들썩이고 있다. 월마트를 비롯한 소매업체와 식품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가성비 소비’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관세 정책 시행 초기만 해도,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자체 흡수하거나 공급업체와 분담하며 대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격 인상을 예고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최고경영자)는 “지금까지 관세 관련 가격 인상은 제한적이었다”면서도 “새로운 재고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매주 비용이 오르고 있고, 이런 추세는 올해 3·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격 인상이 특히 중저소득층 소비자의 지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형 철물점 에이스 하드웨어 역시 관세로 인한 원가 부담이 커지며 이를 매장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75개국 이상에서 제품을 조달하고 있으며, 중국과 멕시코 의존도가 크다.
식품업체 J.M. 스머커는 브라질산 일부 수입품에 부과된 50% 관세 탓에 폴저스 커피와 지프 땅콩버터 등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5월에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이달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한다.
관세뿐 아니라 농축산물 공급난도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연방 통계에 따르면 소고기 소매가격은 7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11% 이상 올랐다. 도매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10% 상승했고, 베이컨 원재료인 돼지 뱃살은 약 30%나 뛰었다. 이는 도축장 가동이 줄면서 공급이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채소류 도매가격도 주요 산지의 기상 악화로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 어느 정도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딕스 스포팅 굿즈, 빅토리아 시크릿, 윌리엄스소노마 등은 최근 분기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일부 관세 인상을 가격에 반영했지만, 소비자 수요는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딕스의 로런 호바트 CEO는 “소비자들이 신상품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며 “소폭의 가격 인상에는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윌리엄스소노마는 할인 축소와 가격 인상이 오히려 분기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밝혔고, 빅토리아 시크릿도 할인 축소로 관세 부담을 일부 상쇄했다.
한편, 저소득층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저가 소매 체인 달러 제너럴은 상황을 기회로 보고 있다. 토드 바소 CEO는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은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소비자들은 모두 가성비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