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징어 게임’이 12일 에미(Emmy) 시상식 주요 부문 수상에 도전한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이 시상식 후보에 오른 건 사상 최초다.
‘오징어 게임’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시어터에서 열리는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Primetime Emmy Awards)에서 작품·감독·극본·남우주연·남우조연·여우조연 등 6개 부문에서 7차례 후보에 올라 있다. 작품·감독·극본에는 황동혁 감독이, 남우주연에는 배우 이정재, 남우조연에는 오영수와 박해수, 여우조연에는 정호연이 이름을 올렸다.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은 지난 3일과 4일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 시상식과는 차이가 있다. 앞서 양일 간 열린 시상식이 기술 부문 위주로 시상하는 행사였다면, 이날은 작품·감독·남녀연기 등에 상을 주는 본상 의미가 강하다. 미국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The Academy of Television Arts & Sciences·ATAS)가 주최하는 에미 시상식은 ‘TV 아카데미’로 불릴 정도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은 건 이정재의 남우주연상이 꼽힌다. 이정재는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와 제레미 스트롱,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든커크,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세브란스:단절’의 애덤 스콧과 경합한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지만, 현지 언론은 이정재가 받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본다. 뉴욕타임스는 “이정재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했고, LA타임스는 “이정재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이정재가 상을 받으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에미상을 받는 기록을 쓰게 된다. 앞서 아시아계 배우가 에미에서 수상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앞서 2017년 리즈 아메드가 ‘나이트 오브’로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대런 크리스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로 다음 해 같은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다만 아메드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이고, 크리스는 필리핀계 미국인이다. 영어가 아닌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배우가 에미 주요 부문에서 수상한 건 이정재가 최초다.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샌드라 오는 올해까지 에미에서 13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당초 ‘오징어 게임’은 후보에 오른 13개 부문 중 남우주연·주제가·미술상 등 3개 부문 정도에서만 수상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시상식에서 예상을 깨고 여우단역·주제가·미술·스턴트퍼포먼스 등 4관왕에 오르자 본상 다관왕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정재의 남우주연상 뿐만 아니라 정호연·오영수·박해수, 황 감독도 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지 매체들은 정호연과 오영수의 수상 확률을 결코 낮지 않게 보고 있다. 정호연을 “‘오징어 게임’의 심장이자 영혼”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오영수가 골든글로브에서 상을 받았다는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라고 본다. 배우조합에서 정호연, 골든글로브에서 오영수의 수상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유미의 에미 여우단역상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였다. 다만 올해 역시 조연상 부문에는 주연상 못지 않은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해 있어 수상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연기상보다는 확률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작품·감독·극본 부문에서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에미 역시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투표로 수상작이 선정되기 때문에 가장 대중적이며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인 ‘오징어 게임’이 표를 많이 받을 가능성도 있다. ‘오징어 게임’은 이들 부문에서 ‘석세션’ ‘베터 콜 사울’ ‘옐로우 재킷’ ‘오자크’ ‘기묘한 이야기’ ‘세브란스:단절’ ‘윺리아’ 등과 경쟁해야 한다.